[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시행에 따른 시장 혼란을 해소하려면 이동통신 요금인가제와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해법 모색 토론회'에서 통신사 간 보조금 경쟁을 규제하기 보다 요금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통신사가 같은 날 일주일 간격으로 보조금을 공시하는 것은 일종의 각본에 비견된다"며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은 싸우는 시늉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싸우지 않는다. 경기자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할 정책당국이 경쟁을 억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기업이 통 큰 보조금을 공시하면 경쟁사도 똑같이 통 큰 보조금 공시해 보조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어 누구도 통 큰 보조금 공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단통법은 요금인가제 하에서 보조금 경쟁을 하지 못하게 했다"며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 간 요금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금인가제는 신규 사업자 보호를 목적으로 20년 가까이 유지된 만큼 원점에서 요금인가제의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통신요금 인가제는 정부주도의 담합과 다름없다"며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통신사업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요금을 책정하면 나머지 2개사가 이를 추종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행 보조금 상한선(30만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가 프리미엄 휴대폰별로 적정 수준의 보조금 한도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데다 소비자 혜택도 줄어든다는 이유다.
송 교수는 "휴대폰 사양이 좋아져 가격이 올라가면 어느 정도가 보조금 최대한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면서 "통신사, 제조사에서 시장점유율 등을 보고 보조금을 더 주고 싶은데 상한선에 묶여서 주지 못하면 소비자 역시 후생증대의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금 상한을 정해놓으면 새 단말기를 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얼리어답터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단말기 생산업체들은 고성능 단말기 개발과 투자에 소극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 시행에 따라 기업, 대리점, 다수 고객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보조금 상한선 철폐,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는 "통신사에 비해 대리점들은 상당한 고통(비용)을 지불할 것이며 외국계 제조사와 비교해 국내 제조사의 역차별도 발생한다"며 "'주간 공개 고정가격제(보조금 공시)'의 결정적 결함을 제거하지 않는 한 시간이 가도 단통법 참사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조금 상한선을 철폐에 준하는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의 단기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규제 (공휴일과 휴일 신규·번호이동 가입자 모집 금지, 약정계약 3개월 내 해약금지 등)를 푸는 등 통신가격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