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최근 엔저현상의 장기화로 일본에 있는 한국기업 10곳 중 8곳이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최근 급격한 엔저에 따른 주일한국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주일한국기업의 80%가 엔저로 대일(對日) 비즈니스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20일 밝혔다.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원 250개사를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조사에는 삼성, LG, 포스코, 진로 등 국내 주요 기업 56개사가 응답했다.
응답기업의 44.6%는 엔저의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고 답했다. 제조·무역업체의 90%는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제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를 들며 단가 인상을 둘러싼 거래처와의 갈등 심화, 발주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광·운수업의 경우 엔화약세로 한국여행상품의 경쟁력 약화, 일본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관련 일부 업계는 사업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주일한국기업의 약 40%인 22개 기업이 납품단가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업 축소(19.6%)와 결제통화 변경(12.5%), 환율변동보험 확대(3.5%) 등이 뒤를 이었다. 3개사는 사업 철수를 계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거래처의 반응은 '기존거래단가 유지 요청(인상 시 거래 축소 또는 중지)'이 66%에 달했다. 또 실제 거래단가 인상을 시행한 기업은 8.9%에 불과했다. 따라서 주일한국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일한국기업이 영업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저 수준의 환율은 100엔당 1000원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업체의 34%는 최저 1050원 이상, 32%가 최저 1000원 이상의 환율수준이 필수인 것으로 답변했다.
업계는 내년 평균환율이 올해 보다 더 악화된 100엔당 949원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며, 정부의 외환시장 모니터링 강화 및 시장개입 등 환율시장 안정을 위한 강력한 시책을 요구했다.
김은영 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제조업과 무역업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엔저로 인한 피해가 확대될 전망"이라며 "엔저와 관련된 애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일대사관과 함께 엔저대책회의 등을 통해 애로해소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