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대기업 총수의 등기이사 비중이 줄어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 추궁이 어렵게 됐다. 또 내부견제 수단인 사외이사도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총수가 있는 3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전체 1370개 계열사 가운데 8.5%(116개사)로 전년(11%)보다 2.5% 포인트 감소했다.
전체 이사 수 대비 총수의 이사등재 비중은 2%로 상장사, 비상장사 모두 크게 감소했다. 상장사의 경우 지난해 71개사에서 올해 52개사로, 비상장사의 경우 지난해 86개에서 64개로 줄었다. 전체 계열사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각각 8.6% 포인트, 1.6% 포인트 줄어들었다.
기업집단별로 ▲삼성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태광 ▲이랜드 ▲하이트진로 ▲한솔 등 12개 집단의 총수는 계열사 이사로 전혀 등재되지 않았다.
반면 ▲현대(11개) ▲부영·롯데(각 9개) ▲한진·대성·세아(각 8개) ▲영풍·현대산업개발(각 7개) ▲코오롱(6개) ▲현대자동차·한진중공업(각 5개) 11개 집단의 총수는 5개 이상의 계열사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공정위는 "SK, 한화, CJ 등 일부 대기업집단의 총수에 대한 형사소송 진행, 총수일가 이사등재회사의 흡수합병에 따른 소멸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외이사 등 내부 견제장치 역할 미진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사외이사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총수있는 대기업집단의 사외이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1년 간 대기업집단 상장사(238개)의 이사회 안건 5718건 중 수정의결 등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가결되지 않은 안건은 15건(0.26%)으로 전년(25건)보다 크게 줄었고, 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3건(0.05%)에 불과했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으로 이사회 내 설치된 위원회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가 권한을 행사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건은 전체 1249개 안건 중 4건이었다.
이런 영향으로 대표소송 제기권, 회계장부열람권, 이사 해임 청구권 등 소액주주 권한 행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소수주주 권한 행사는 지난해(11건)보다 많은 18차례 이뤄졌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그룹이 주주권을 행사한 경우(6건)를 제외하면 개인주주, 시민단체, 노동조합의 소액주주행사는 사실상 12건에 그쳤다.
공정위는 "소수주주의 권한행사를 뒷받침할 제도의 활용이 미미하다"며 "소유구조의 투명성뿐만 아니라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