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와 SC은행의 배당 성향이 국내 은행의 4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C은행을 100% 소유한 SC금융지주는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영국 본사에 3010억원의 현금 배당을 지급했다.
올해 말 지급될 중간배당 1500억원을 포함하면 배당금 규모는 모두 4510억원으로 늘어난다. SC금융지주의 지분은 영국SC본사가 100% 보유하고 있다.
SC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보다 훨씬 더 높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이 비율이 높다는 것은 기업의 순이익 중에서 배당으로 지급되는 돈의 비중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SC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은 ▲2010년 36.05%(1000억원) ▲2011년 47.42%(810억원) ▲2012년 65.74%(1200억원)으로 매년 10%p 이상 늘어났다. 국내 은행권의 평균 배당성향이 15%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무려 4배나 높은 것이다.
SC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SC은행의 배당성향도 수직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2009년 57.79%(2500억원)에서 ▲2010년 62.04%(2000억원) ▲2011년 78.14%(2000억원) 등으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지난 2012년에는 배당성향이 무려 102.72%(2000억원)에 달했다. 배당금 지급규모가 당기 순이익을 웃돌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실적 악화로 SC은행과 SC금융지주 모두 배당을 하지 못했지만 최근 1조원을 웃도는 배당을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현재 SC금융지주는 영국 본사에 1500억원, SC은행은 SC금융지주에 2500억원의 중간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올들어 3분기까지 SC금융은 67억원, SC은행은 48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배당을 추진하자 '철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돌 정도다.
SC은행은 "지난 2005년 SC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후 9년 이상 약 4조6000억원을 한국에 투자했지만 연간 수익률은 0.7%로 매우 낮다"며 "적절한 배당으로 투자자들을 만족시켜야 계속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해명했다.
SC은행 관계자는 "최근 실적은 다소 부진하지만, 한국SC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 9월말 현재 16.28%로 매우 높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적절한 배당은 필요하지만 적자가 난 상황에서 배당을 강행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오해받기 딱 좋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