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 금융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술금융이나 관계형 금융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은행간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관련 인프라를 정비하는 게 보다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금융연구원과 글로벌금융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심포지엄에서 "최근 2년간 국내 은행산업의 부가가치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게 감소했다"며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미소금융, 녹색금융과 같은 각종 정책 금융상품이 국내 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국내 은행의 대손상각비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손상각비는 지난 2007년 3조9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9조6000억원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대손상각비는 지난 2009년 11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10년에는 13조원으로 불어났다.
대손상각비는 은행이 채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로 부실화됐을 때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대손상각비가 큰폭으로 증가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눈치보기'를 하면서 실적 경쟁을 벌인 탓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서민금융 확대'라는 명목으로 시중은행에서 저신용차주나 저소득계층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적극 유도했다.
결국 은행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들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한 결과, 건전성이 악화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 연구위원은 "정책금융의 경쟁젹 취급은 금융 남발을 통해 차입자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은행의 대손비용 급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민간 은행이 정책적 목적에 따라 서민금융,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것은 기존 서민금융·정책금융기관 영역에 대한 침범이므로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가격제한 정책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거나 은행 수수료와 대출금리 수준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성은 재정 위기 후유증을 겪고 있는 몇몇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서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고용창출 산업인 은행산업의 발전이 중요하다"며 "국내은행을 규제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은행의 수익성을 회복해 국내총생산(GDP)기여도를 높이려면 금리와 수수료 산정을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