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유가 하락 등으로 경영실적이 악화된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올해 사상 처음 연봉을 삭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9일 SK이노베이션 측은 "유가하락, 정제마진 악화로 올해 경영실적이 너무 좋지 않다"며 "연말 적자를 기록할 경우 노사간 약속한 '임금유연화 제도'에 따라 올해 적립해 놓은 금액만큼 연봉을 삭감당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비상경영회의를 열고 임원 연봉의 10~15%를 자진반납하기로 결의했다. 이 회의에 이어 SK이노베이션 자회사(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임원들도 '연봉 일부 반납 결정'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과 자회사 임원들은 연봉 반납과 별개로 지난 2009년부터 도입한 '임금유연화 제도'에 따라 연봉의 일정액을 회사에 적립해 놓고 있다.
임금유연화 제도는 연봉의 일정금액을 떼어 회사에 적립해 놓고, 연말 경영실적에 따라 ▲세전 영업이익 3000억 이상 땐 '적립금 + 격려금' ▲3000억원 미만 땐 '적립금'을 돌려받되 ▲영업이익 적자 땐 적립금 전액을 회사에 반납하도록 돼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임원들은 연봉의 15~20%를, 직원들은 10%를 적립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올해는 임원의 경우 연봉 일부를 반납해 임원은 5%, 직원은 10% 적립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 주변에선 올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의 실적과 국제유가 하락세 등 대외 환경을 종합해볼 때 올해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은 적립해 놓은 연봉 일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매출 비중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에서 올 4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와 재고평가자산 손실 등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3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에서만 4060억원의 손실을 냈다. 지난 3분기보다 4분기의 국제유가 하락세가 더 가파른 점을 감안하면, 세전이익이 3000억원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적자를 면치 못할 가능성도 크다.
더욱이 올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 세전이익은 15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SK이노베이션 세전이익(1조1671억원)의 약 10분의 1 토막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09년 임금유연화 제도를 도입한 이후 매년 세전이익 3000억원 이상을 기록해 왔다"며 "올해 결산에서 적자가 날 경우 적립금을 반납하게 되는데, 이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