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제일모직 청약 증거금이 15일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의 공모 규모는 총 1조5237억원 수준으로 30조원의 청약 자금 가운데 28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이날 환급과 함께 대거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제일모직 청약 증거금이 대부분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머물거나 은행 예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 은행 예금이나 MMF 등으로 돌아갈 듯
제일모직과 삼성SDS 공모주 청약 증거금으로 각각 30조원, 15조원이나 몰려들었다. 이들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이처럼 뭉칫돈이 몰린 것은 시중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량주 공모는 단기간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가 '일회용'으로 끝나기 때문에 청약 증거금도 원래 투자처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이번에 몰린 자금 가운데 상당 규모는 은행 예·적금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아 조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자금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증시에 머물기 보다는 은행 등으로 환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신현조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 PB팀장은 "제일모직에 청약하기 위해 빠져나간 예금이 우리 센터만 해도 일주일 사이에 약 150억원에 달했다"며 "대부분의 환급금은 1개월, 3개월짜리 단기 예금으로 은행에 돌아오거나 MMF 등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팀장은 "삼성SDS 공모가 끝난 뒤에는 제일모직이라는 대어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다음 이벤트를 노리는 자금이 MMF에 머물러 있었지만 15일 증거금 환급 이후에는 MMF에서도 대거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에 남아 있지는 않을 듯
제일모직 청약 증거금이 증시에 남아 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오는 연말까지 크고 작은 공모주 청약이 남아있지만 제일모직 같은 '대어급 상장'은 없기 때문이다. 삼성SDS 공모 후에는 불과 한 달만에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이런 대형 이벤트가 없다. 따라서 청약 증거금이 증시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다.
증권사 일선 영업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여실하다.
증권업계의 일선 영업 관계자는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흥행을 했다고 해도 다른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영업 현장에서 느끼기 힘들다"고 전했다.
더욱이 공모주 청약 자금은 증시 자금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흔히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몰린 돈은 상당 부분 위험을 선호하지 않는 자금으로 그저 단기간에 안정적 수익을 노리고 들어온 자금으로 평가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둥둥 떠다니는 자금들이 삼성SDS나 제일모직과 같이 리스크가 덜하면서도 리턴이 기대되는 곳으로 몰렸을 뿐 이 자금은 주식을 사고 파는 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제일모직으로 돈이 크게 몰린 것은 삼성SDS로 인한 학습 효과"라며 "리스크를 적게 안으려는 자금은 증시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