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경쟁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이 최근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 LG전자의 국제행사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1월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CES)에서 LG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사업을 책임지는 조 사장의 참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세탁기 고의파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조 사장을 출국금지했으며, 이번 주 중으로 조 사장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도주 우려가 적은 대기업의 사장을 출국 금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검찰이 출금 금지를 내린 이유는 조 사장이 그간 여러 차례 검찰의 출석 요청을 미뤄왔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사장을 제외한 다른 LG전자 임원 중 일부를 상대로 피고소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출금금지가 풀리지 않을 경우 LG전자의 CES 일정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지난달 이뤄진 정기 인사에서 기존 HA(가전)사업본부 외에 AE(에어컨·에너지 솔루션)사업본부까지 맡게 되면서 역할이 한층 넓어졌다.
더구나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로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한 해 동안 공을 들여 개발한 신제품을 전 세계 시장에 소개하고, 주요 바이어 및 협력사들과 교류하는 중요한 자리다. 조 사장은 또 7일 현지에서 H&A사업본부장으로서 주재하는 첫 기자간담회도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조 사장의 검찰 출석을 연기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으며, 조 사장이 CES 일정 이후 언제라도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해명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논란과 관련해 최근까지 검찰 수사에 협조해 LG전자 임직원 4명이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며 "조성진 사장 조사의 경우 최근 연말 인사(12월1일)와 이후 사업부 단위 조직 개편, 전사 글로벌 전략회의(12월16일~19일) 참석, 내달 초 CES(1월6일~9일) 준비 등을 이유로 조사 일정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CES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전시회로 당해 년도 사업전략을 검토하고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행사"라며 "조사장은 1월7일 미국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주관하는 것으로 이미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 21일 LG전자가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벌어진 세탁기 파손 논란과 관련,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앞서 IFA 기간 중 베를린 시내 자툰 슈티글리츠와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 진열된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성진 사장 등 LG전자 임직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삼성전자가 LG전자 측에 의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제공한 동영상에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만약 동일한 세탁기라면 증거물로 제출되기 이전에 훼손이 있었다는 것으로 형사사건의 증거물에 대한 훼손, 즉 증거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증거위조라고 주장하는 해당 동영상은 파손 사건이 일어난 후 언론사들의 요청으로 삼성 직원이 당시 상황을 재연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당사를 상대로 터무니없이 맞고소를 한 것은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CES를 목전에 둔 상황을 검찰에서도 잘 알고 있음에도 조성진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했다면, 공권력과 법질서를 무시하는 정도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라며 "조 사장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지 말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