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얘기가 나오면 으레 ‘매매’를 생각한다. 아파트로 얼마를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면서 자금여력도 없는 사람들도 빚내고 융자를 떠안아 무조건 집을 사고 본다. 나만 안사면 손해 보는 것 같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에 사람들은 마치 유행처럼 ‘내집마련’에 뛰어든다. 자금여력이 없는 전세입자들은 한숨이 깊어진다.
전세 매물 사라져… 중소형 전셋값 크게 올라
요즘 집값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지만 현지 부동산업소를 돌아보면 사정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다만 9월 분양가 상한제와 대선 등 여러 변수를 두고 관망하는 분위기일 뿐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낸다. 얼마 전 스피드뱅크가 일반인과 중개업소 관계자 등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66.7%가 “하반기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7월은 부동산 시장이 비수기에 속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9. 10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전셋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자,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가격은 계속 오르고 그나마 매물도 뚝 끊긴 상태다.
김정훈 씨(서울 송파구 삼전동.33세)는 전셋값 폭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입자다. 2년전 1억1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1억 5천으로 4천만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10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전셋값을 인상해 주고 재계약을 하든지, 가격이 더 싼 동네로 이사를 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전세 매물은 턱없이 부족하고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가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송파 인근 빌라시세를 알아보니 지금 전세가로 작년에 집을 살 수 있었다니 기가 찬다”면서 “전세 매물이 거의 없어 집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푸념한다. 실제로 공인중개소들마다 수요는 있지만 매물이 거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잠실 빌라촌을 상대로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방이동 A공인중개소 사장은 “매매 물량은 간간히 나오고 있지만 전세매물은 귀한 편”이라며 “25평형 미만 중소형의 경우 대기 수요자는 많은데 물량이 거의 없어 최근 1~2천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더구나 계약 만기를 앞둔 곳은 집주인들이 오른 전셋값을 월세로 돌려 받으려는 경향이 많아졌다. 용산구 소재 T공인 중개사 관계자는 “당장 목돈이 필요없는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빼주고 나머지는 1천에 10만원씩 월세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셋값 변동의 기현상
입주물량 감소,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전가로 전셋값이 뛸 것이라는 것이 예상됐었다. 수치적으로 보면 비교적 전세시장은 안정세로 보인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5%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 5.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국 상승률 2.26%으로 봐도 작년보다 상승세가 확연히 꺽인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전세값 상승률은 2.3%로 200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값이 안정됐다기보다 워낙 전세값 상승률이 해마다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이는 것이다. 하반기 입주물량이 늘면서 공급량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이미 다른 곳도 전셋값이 오를 만큼 올라 있다.
그러다 보니 전셋값 변동이 기현상을 빚고 있다. 선호도가 큰 중소형 아파트나 빌라 등의 집값은 크게 오른 반면, 대형 아파트 전세가는 보합세에 가깝다. 또한 서울 강남보다 강북과 수도권 외곽의 전셋값이 비정상적으로 올랐다.
작년 하반기 10% 안팎 급등했던 서울 송파 양천 강남구나 산본 과천 등 버블세븐 지역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중대형의 경우 약세를 보였다. 강남구 청담동 삼익 54평형은 작년 말 최고 5억원에서 4억원으로 1억원 가량 떨어졌다.
강남구보다 서민 주거층이 두터운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지역 전세입자의 고민은 끝이 없다. 청약가점제 실시에 따라 전세 수요가 늘었고 강북 재개발이 본격화돼 전세불안이 재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 강북지역과 수도권 외곽 지역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 상승률로만 따지면 올 들어 강북 전셋값 상승률이 강남 최저치보다 몇배나 더 뛴 지역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일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반기 내내 전셋값이 치솟았다. 아현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올 초 8,9천 하던 것이 지금 1억3,4천 정도다. 전셋값이 2배를 넘는다.
강남보다 강북 전셋값 많이 오른 이유
길음 뉴타운 일대도 값이 싼 소형 전세를 찾는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정릉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수요가 꾸준한 편인데 평형대마다 수요가 다르다. 중대형 평형은 천만원 이상 떨어졌고 1억 전후 중소형은 꾸준히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강북 주요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4%가 넘게 올랐다. 강남 3구의 평균보다 4배 높았고 서울 전체와 비교해도 2배를 넘는다. 이처럼 강북의 전셋값이 오른 것은 올들어 전세물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와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집을 옮기려는 세입자들이 줄면서 전세 물량이 크게 줄어든 것. 반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세를 찾는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강북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뉴타운 인근 지역의 경우 보상비를 들고 나온 수요자들까지 가세해 1억원대의 전세물량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하반기에 입주 예정물량이 많지만 소형은 대형보다 재고도 적고 수요는 많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세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서울 외곽 뿐 아니라 수도권에 위치한 20평형대도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실제 동두천 포천 양주 의정부 뿐만 아니라 서울 구로 강북 성북 등은 5%이상 올랐다. 동두천 중개소 관계자는 “작년에 서울 전셋값이 오르면서 싼 매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 외곽 전셋값도 오른 것 갇다”고 분석했다. 동두천이나 양주 포천의 경우 2~30평형대는 2년 전보다 배 가까이 뛴 곳도 있다. 동탄 신도시 내 30평대 아파트는 전세물건이 동이 난 상태에서 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현재 시범단지 내 포스코 더# 35평형이 20여일새 3천만원이나 올라 1억2천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신도시 아파트 분양때 지역 1순위 자격을 얻기 위해 전입자들이 갑자기 늘고 있는 것 같다”며 “한달만에 2~3천만원이 올랐는데 현재 매물도 거의 없는 상태여서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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