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충북 진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지난 29일 경기 이천의 농가에서 돼지 구제역이 확진됐으며, 이어 30일 경북 영천의 농가에서도 돼지 구제역이 신고됐다. 수도권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건 4년 만의 일로, 구제역으로 확진된 돼지들은 모두 살처분됐다.
이에 연초 축산물 유통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확보된 물량이 있고, 수요가 많은 시기가 아니라 별다른 여파는 없을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퍼진 상황이 아니며, 비축 물량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며 "소비가 많은 때가 아니라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유통 물량이나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며 "이미 확보된 물량이 있고 성수기가 아니라서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축산농가가 큰 타격을 입는다. 이후 돼지와 오리·닭 등의 살처분 물량이 많아 공급물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우 가격이 크게 오르기도 한다.
특히 안전성을 이유로 소비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데, 충분히 익혀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구제역이나 AI가 간헐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닭이나 오리 등의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있다"며 "AI에 감염된 오리라고 해도 75도 이상에서 5분만 익히면 세균이 모두 죽는다. 바이러스 자체가 불에 약해 물컹물컹한 살코기가 딱딱해지면서 흰색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다 죽기 때문에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구제역은 올해 들어 지난 7월 의성에서 발생한 이후 고령·충북 청주·진천·충남 천안 등지에서 발생했다. 앞서 유동인구가 많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판매하던 토종닭에서 AI가 발견돼 50년만에 가금류 거래가 중단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도축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31일부터 이틀간 일제소독 등 긴급방역 조치에 나선다. 일제소독 대상은 축사를 비롯해 가공장·계류장 등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