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은 정부가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도심 공공부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유택지를 제공해 시장에 반전세 형태로 월세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
국토교통부는 소득 기준, 주택 소유 여부 등과 관계없이 입주자로 선정되면 최대 8년간 장기 임대가 가능하고, 연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해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가 기업형 임대주택의 첫 부지로 선정된 신당동 인근을 돌며 만난 부동산 관계자들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의 내용에 대해 잘 모르거나,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과 관련,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도로교통공단 부지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A 대표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의 임대료 상승률를 연 5%로 제한한 것을 놓고 "정부가 실정을 모르다"고 말했다. "보통 월세는 5% 이상 오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정책이 시행되면 주변 월세 시장이 안정될지 모르겠지만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다른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월세 공급이 늘어나 주변 아파트 월세 시세가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오피스텔이나 원룸, 월세 시장과 매매, 전세 시장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종의 풍선효과인 셈.
그는 "정작 상승률 제한이 필요한 것은 전세"라며 "그럼에도 월세 대책을 내놓으면 결국 전세에서 월세로 가는 추세만 가속화시킬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같은 지역에 부동산을 운영 중인 B 대표도 회의적인 것은 마찬가지.
그는 "아직까지 윤곽만 나온 정도고 지금 당장 진행한다고 해도 짓는데 4~5년은 걸릴 것"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 대표는 세입자와 집주인간 형평성 문제도 야기할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뉴타운 33평 아파트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00만원 정도인데 정부 발표 보니까 기업형 임대주택은 월세 70만원이라고 하더라"라며 "세입자들은 좋지만 집주인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B 대표는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표인데 정부가 말한 대로 저렴한 월세를 내놓는다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월 100만원 이상짜리 월세만 양산하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000가구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자격 조건도 없어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심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을 구하는 입장에서도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주거비 부담을 생각하면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는 게 해법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신당동 인근에 집을 구하고 있는 김모(30·여)씨는 "초기 임대료 상한이 없으니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저렴한 가격에 월세가 나온다고 해도 결국 매달 돈이 나간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전세 계약이 만료되지만 빚을 좀 지더라도 전세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