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최대 축산단지인 충남도 홍성군와 세종시 등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견되면서 유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조류독감 학습효과로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고 일부 매장에선 행사에 힘입어 매출이 되레 상승하기도 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지난 7일 구제역이 발생한 세종시의 한 농장과 역학 관계에 있는 철원군의 한 돼지농장 돼지를 살처분하는 등 긴급 방역 조치를 했다.
도는 이 돼지농장이 세종시의 구제역 발생 농장으로부터 새끼돼지 260마리를 들여다 키운 사실을 지난 8일 확인, 구제역예방 차원에서 사육 중인 610마리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정효성 행정1부시장 주재로 25개 자치구와 서울대공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2차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대책 확대회의를 열어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임시휴장 등 한층 강화된 방역조치를 취했다.
지난 6일 서울 중랑천 야생조류에서 채취한 분변시료가 고병원성 AI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설 대목을 앞둔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축산물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설 선물 수요가 급감하거나 선물세트 풍속도가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적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축산농가들이 출하를 서두른데다, 유통업체까지 가세해 전통적인 선물세트 인기 상품인 한우 물량 확보에 나섰기 때문에 별다른 여파가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몇 차례 발생한 구제역 발생에 따른 학습효과로 육류 매출이 급감하는 등 과거와 같은 모습은 재연되지 않고 있다. 구제역이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익혀 먹으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구제역 발생 이후 소비자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대형마트는 지난 1~8일 돼지고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1% 증가했고, 닭고기도 148.6%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삼겹살의 경우 매출이 6.1% 증가했으며, 목살도 매출이 14.9% 늘어나는 등 소비침체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또 작년 설이 1월 말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월 매출과 올해 1월 매출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대형마트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축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한우와 돼지고기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9.2%, -0.5%의 역신장을 기록했으나, 닭고기는 0.3% 신장했다.
B대형마트 관계자는 "설 명절에는 제수용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품목별 매출 동향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설 명절 기간이 작년에는 1월31일, 올해는 2월19일로 3주 가량 차이가 나는 탓에 올해 1·2월 축산물 매출은 특히 설 명절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우의 경우 명절 기간 한우 선물세트 수요가 많은 품목이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며 "돼지고기 역시 명절이면 동그랑땡 등 전 재료로저지방 부위 수요가 증가하는 품목인 만큼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을 뿐 거의 보합세를 보였다. 명절 영향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육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C오픈마켓에서 최근 한 달(1월7일~2월8일)간 소고기·돼지고기 등의 육류 판매량 살펴본 결과, 소고기는 전월 동기대비 22% 이상 증가했으며,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20% 판매가 늘었다.
특히 돼지고기는 전년 동기 대비 56% 판매가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닭고기나 오리고기의 경우에도 전년 동기대비 57%, 32% 판매가 증가했다.
C오픈마켓 관계자는 "고급 설 선물로 대표적인 한우와 오리고기 등 관련 상품이 설이 가까워지면서 찾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설 연휴를 기준으로 2~3개월 전에 이미 물량을 확보했고,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고 등급 한우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7% 하락하는 등 설을 앞두고 한우 시세가 이례적으로 하락하면서 한우 선물세트가 전년 설보다 30% 이상 신장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구제역이 종식되고 난 뒤 가격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구제역은 지난 2010년과 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지만, 구제역이 끝난 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당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된 가축은 소가 15만864마리, 돼지 331만8298마리, 염소와 사슴 8000여마리 등 총 327만여마리로 집계돼 보상금 등 재산피해만 1조50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구제역은 2010년과 달리 구제역 발생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 피해와 전개 양상이 과거 상황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2010년 같은 경우에는 구제역이 끝나고 대량 살처분된 돼지고기 가격이 수급 불균형으로 크게 오르고 그렇지 않은 쇠고기 가격은 내려가는 현상을 보였다. 축산 당국이 긴급 방역에 나섰고, 수입 육류에 대한 수요를 감안하면 구제역이 다 끝나고 난 뒤에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