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누진제 개편을 통해 우회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크게 늘어났지만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의 원료 비중은 낮기 때문에 전기 요금을 인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또 전기를 생산·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전력생산과 관련된 각종 세금 인상으로 전기요금 하향 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한국전력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을 이유로 전기 요금 인하를 주장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은 "산업용 전기 판매단가가 kwH당 100.7원으로 주택용(127.02원)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는 어렵지만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함으로써 간접적인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전 영업이익 6조원 육박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5조7876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281.0% 증가했다. 매출액은 57조4749억원으로 6.4% 증가한 데 반해 당기순이익은 2조7990억원으로 1505.8%나 늘어났다.
이처럼 이익이 늘어난 것은 단가가 싼 원자력발전 이용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전의 연료비는 전년보다 3조6052억원(1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전기판매 수익은 두 차례 전기요금 인상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2조4550억원(4.9%) 증가했다.
한전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지만 전기 요금을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 발전용 유연탄 과세, 송전선 주변지역 보상, 원전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고쳐 '간접 인하' 유도
정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누진제에 따르면 월 100kWh 미만의 전기를 사용한 가정에는 1kWh당 59.1원의 요금이 적용되지만 전기 사용량이 500kWh를 넘어서면 1kWh당 요금은 690.8원으로 뛰어오른다. 무려 11.7배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저가(低價) 가전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저소득층에서 누진제 피해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소득보다는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전기요금이 결정되기 때문에 저소득층보다는 1인 가구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누진제 구간 및 누진율을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저소득층 할인제도와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을 통해 저소득층의 혜택을 늘려줄 계획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먼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전반적으로 원가 이하로 규제되고 있다"며 "원가와 실제 요금 차이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용 전기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요금 구조를 개편하고 주택용 누진제는 구간을 줄여서 중산층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요금 폭탄을 맞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산업용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회사를 따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관리체계를 개편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