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0%에서 1.75%로 0.25%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했다.
이 총재는 "최근 두 달간의 경기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 내수 회복이 미흡했다"며 "(기준금리 인하는) 이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비단 이번 금리인하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경제가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언제, 어떤 속도로 이뤄질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관리 가능한가.
"금리를 인하하면 대출이 늘어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비단 이번 금리인하 때문이라기보다 우리 경제가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도 그 일환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원활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면 자본유출 가능성은 없나.
"앞으로 중요한 변수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언제, 어떤 속도로 이뤄질 것인가에 있다. 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의해서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오래 전부터 정부와 중앙은행은 외환 건전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면밀히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0.50%포인트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0.25%포인트가 충분한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현재 기준금리(2.00%)가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 내렸기 때문에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오늘 금리인하 배경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가.
"경기 판단은 최근 두 달(1~2월)간의 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다음 달에 추가로 확보하는 자료를 갖고 짚어야겠지만 일단 발표된 지표를 점검한 결과 내수 회복이 미흡해서 연초에 봤던 흐름에는 미치치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최근 두 달간의 지표를 통해 다운사이즈 리스크가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리인하 배경은 그런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계부채 구조개선대책을 금융당국에서 내놓고 있는데 한국은행과 역할분담이 있는건가.
"역할분담을 한 건 아니다. 가계부채는 통화당국, 재정당국, 감독당국 다같이 노력해야 할 문제다. 가계부채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번 금리인하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한 결정인가, 경기부양에 중점을 둔 결정인가.
"내수 회복이 생각보다 굉장히 미약했다.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환율 부분에 대한 총재의 판단은.
"한 달 사이 변화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시행에 들어갔고, 일부 국가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 등으로 환율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환율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어려울 것 같다."
-기재부가 최저임금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최저임금 인상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증대, 가계와 기업간의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기업의 비용부담으로 작용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본다. 양 측면을 적절히 고려해 내려야할 결정으로 보고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여전히 과도하다고 보고 있나.
"저 뿐만 아니라 금통위에서도 디플레이션에 대해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들어섰다든가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저희들은 이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모든 품목에서의 물가 하락을 말하는데 낮은 물가는 상당 부분 공급 측면에서 기인하고 있다. 2월 물가 상승률은 0.5%에 머물렀으나 근원 물가 상승률은 2.3%였다.
디플레이션은 대개 경기침체에 수반돼서 나타난다. 경기 성장세는 미약하지만 3%대 성장률 상황을 과도한 경기침체로 보기 힘들어 디플레이션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2%대고, 유가 하락 효과가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저성장 장기화에 대해 모멘텀을 상실하게 되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지금 우려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금리인하에도 실물경제 지원 대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인가.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를 올해 연간 통화정책방향에서 밝힌 바 있고,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프로그램은 마무리 단계에 있고, 규모도 늘리고 정밀하게 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조원을 늘린 바 있는데 이번에도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3~5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추가 시그널이 별로 없었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지난달 기자간담회와 국회 업무보고 때 금리결정 여부는 경제상황 변화 여부에 달려 있고, 성장이나 물가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금리로 개혁하곘다고 말한 바 있다.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망 경로를 이탈할 경우 통화개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록이 금통위 일정 관계로 늦게 공개되는 바람에 시그널이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많은 위원들이 금리정책 대응이 필요하지 않냐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사록 공개 시점도 시장과의 소통 원활화 차원에서 필요할 땐 조정할 생각이다."
-이날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환율 경쟁을 우려한 것인가.
"'환율 전쟁'을 염두하고 질문한 것 같은데 표현이 적절치 못한 것 같다. 금리정책과 관련한 소견으로 해석할 수는 있는데 어느 나라도 중앙은행이 '환율 전쟁'을 쓴 적은 없다.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환율 전쟁'을 쓴다는 것은 제로섬 게임의 가격 경쟁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이다.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에도 주목하고 있는가.
"엔저에 대해서는 엔화약세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각국의 환율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수출 때문이다. 우리나라 총 수출에서 대일 수출 비중은 5.6%였고, 대유로 수출은 9%였다. 유로 지역에서 수출이 많기 때문에 유로 환율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 경합도가 높아 유로화와 엔화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말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 1%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이 빠르면 기준금리를 오는 6월이나 9월 인상할 것이란 기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란 시나리오를 갖고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세계 각국들이 따라 올리진 않을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금리 정상화가 시작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흐름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눈여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