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인상 속도"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본관에서 은행장들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8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금리 인상)를 시작하는 데 인내심(patient)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삭제했다.
'인내심' 문구 삭제는 언제라도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의미하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한다는 확신이 들면 인상할 것"이라고 말해 우려를 완화했다.
이 총재는 "다행히 이번 FOMC 발표가 상당히 비둘기파적이어서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충격) 우려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이라며 "(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고, 더 커진 측면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FOMC가 경제 동향과 전망을 근거로 금리 인상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함에 따라 앞으로 경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매번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국내 지표뿐만 아니라 미국 지표도 면밀히 지켜봐야 할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인상 속도"라며 "FOMC가 금리 인상 기조로 접어들면 연속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FOMC가 올해 말 금리 전망치를 조정한 것을 보면 앞으로 금리를 올리더라도 속도는 점진적으로 갈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안심이 되고, 시장의 충격도 줄어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자리에는 윤종규 국민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조용병 신한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장, 김주하 농협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박진회 씨티은행장, 박종복 SC은행장 등 11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