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부자(父子)가 사재 200억원을 출연, 동부메탈 경영권을 당분간 지켜냈다. 출연은 김 회장 부자가 동부화재 배당금 등을 활용해 100억원을 마련하고 장남인 김남호 부장이 보유한 동부메탈 채권 1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업계에서 동부메탈은 김준기 회장 일가가 포기할 수 없는 회사로 지목돼 왔다. 동부메탈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 경영권 상실은 물론 금융부문 지주회사이자 김준기 회장의 재기 발판으로 꼽히는 동부화재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
김준기 회장 일가는 2009년 동부하이텍 정상화 과정에서 개인회사인 동부인베스트먼트(DBI) 등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동부메탈과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3100억원을 빌려 썼고, 당시 FI에게 동부메탈 등 채무불이행(디폴트)시 기한이익이 상실된다는 약속을 해준 것으로 알려진다. 김준기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연대보증도 했다.
동부그룹에 따르면 3월 현재 채무 잔액은 1200억원대. 대출을 갚지 못하면 담보가 넘어가는 것은 물론 DBI은 부도 위기에 김준기 회장은 개인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 동부팜한농 FI와 약정에 따라 동부팜한농 보유 지분도 팔아야 한다.
동부그룹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형국. 채권단은 김 회장 일가가 사재를 출연한 만큼 통상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때 적용하는 감자와 출자전환 없이 신규자금을 투입, 경영권을 지켜줄 계획이다.
하지만 김준기 회장 일가의 사재출연 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제철과 건설 등 부실이 심한 제조 계열사는 버리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나 수익성이 양호한 계열사만 챙긴다는 것이 골자다.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동부건설 법정관리 과정에서 채권단의 요청에도 "더 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며 사재 출연을 거부한 바 있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제철에 출연하기로 한 사재를 동부그룹 지배구조 연결고리격인 자신의 개인회사 DBI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후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부실은 채권단과 투자자, 협력업체 등에게 전가됐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2조6000억원, 동부건설에 8200억원 등 모두 3조42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은 커녕 괜찮은 회사만 빼가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동부그룹 관계자는 "출연할 사재가 없다. 사재 출연도 배당금으로 하는 것"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