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세상사라 했던가. 시소게임 같은 포스코와 산업은행의 관계역전이 꼭 그렇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포스코를 애타게 바라봤다. 하지만 포스코는 매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올해는 포스코가 산은을 찾았다. 산은은 포스코를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실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 지원을 위해 포스코가 주채권은행인 산은을 찾았지만 산은의 반응은 냉담했다.
산은은 모회사가 지원하라는 뜻을 전했다. 멀쩡한 회사이기 때문에 포스코가 지원하면 충분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을관계가 이렇게 뒤집어진 건 1년여 만이다. 산은과 포스코의 관계는 2013년 말 동부그룹 구조조정부터 시작됐다.
당시 갑의 위치는 포스코가 있었다. 산은은 당시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청한 동부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자산매각을 추진했다.
포스코는 산은이 제안한 동부건설의 발전당진과 동부제철의 인천공장을 함께 인수하는 '패키지딜'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 거래에 관심을 보인 회사는 포스코가 유일했다. 포스코의 행보에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비켜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키를 쥔 포스코는 산은과 동부그룹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관심을 보인지 6개월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동부제철은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고, 동부건설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산은은 다른 채권은행과 동부그룹으로부터 "포스코만 바라보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원망까지 들어야 했다.
산은은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이 검토하던 사업이었지만 권오준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방향이 변했다"고 변명했지만, 채권단은 동부제철에만 피 같은 6500억원을 쏟아 넣어야했다.
'지은 죄' 때문에 산은이 무서워서 일까. 이번에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지만 티도 내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로 잠시 채권상환 연기를 요청했을 뿐"이라며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산은에 1400억원을 빚졌다. 때문에 산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상사, 이래 저래 돌고 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