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 삼성생명 최고경영자(CEO)인 김창수 사장은 지난 8일 보험 컨설턴트 시험에 응시했다. 생명보험협회가 주관하는 이 시험에 통과하면 보험 판매 자격을 얻게 된다. 김 사장이 컨설턴트 시험에 직접 응시한 것은 CEO가 선두에 서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삼성생명이 영업 실적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설계사 등 기존 영업조직 뿐 아니라 본사 사무직 직원들까지 판매에 나선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하반기부터 전 임직원이 자사 보험상품 영업에 들어간다.
아직 의무적으로 계약해야하는 수치까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개인 당 판매량을 설정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중이다.
이는 삼성생명이 지난달부터 추진하고 있는 '현장 사랑 캠페인'의 일환이다. 전례없는 이 캠페인은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고객에게 더 다가자는 게 그 취지다.
상반기 중에는 전 임직원이 컨설턴트(설계사)가 보유하고 있는 영업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보험상품 내용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둔다. 하반기부터는 취득한 자격증을 바탕으로 직접 보험 판매에 투입된다.
문제는 캠페인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치부하기엔 일선 직원들이 느끼는 강도는 영업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 캠페인은 김창수 사장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하고 있어 직원들이 체감하기에는 회사의 강력한 지침과 다름 없는 셈이다.
지난 8일 김 사장이 컨설턴트 등록 시험에 먼저 응시한 것도 사내 전직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차원이라는게 일선 직원들의 시각이다.
이같은 방침은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영업 만이 살 길'이라는 경영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잇따라 세 차례나 인하되면서 삼성생명의 이차역마진은 올해 1분기 0.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은 4637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3% 증가했지만, 이 역시 결국 삼성생명과 화재 등 계열사로부터 받은 배당금과 계열사 퇴직연금 시장 확보 효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화재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1001억원 증가한 2597억원(세전)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내부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영업압박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일상 업무 처리까지 하면서 영업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직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의무적으로 팔아야 하는건 아니라고 하지만, 상사가 하고 후배가 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할당량 마저 정해지면 평판이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또, 영업 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설계사들도 이같은 방침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한 컨설턴트는 "판매 자격증을 따고 상품 몇개 판다고 해서 실전 영업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다"며 "또, 본사 직원들이 영업 관리자로 전부 내려올 게 아니라면, 결국 내부 영업을 통해 수익을 높이려는 방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