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징후가 국내 부동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대출의 금리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지방 미분양 주택의 급증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그 여파로 지방의 건설경기를 주도하던 신일, 삼익, 세창, 세종, 동도 등 7개사가 무너졌다. 이 난제를 풀어가지 못하면 지방 건설업체의 부도는 도미노처럼 확산될 공산이 크다.
지방 건설업체 ‘줄도산’ 우려
집값 안정에만 열을 올린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시장의 불안심리 차단에 나섰다. 건설업체의 잇따른 부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우려 때문이다. PF란 금융기관이 아파트나 상가 등 특정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보고 장기로 대출하는 기법이다.
이를 이용해 최근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던 중견 건설사들이 미분양 사태로 부도를 맞거나 건설사가 만기가 된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원금상환을 거부하기도 했다. 미분양, 미입주 물량으로 미수금이 발생해 시공사가 넘어가면 건설사가 이 미수금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
특히 분양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분양대금을 담보로 발행된 ABS와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 P)의 부실우려가 심화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8만5,000여호로 늘었고 지방의 미분양 주택이 94%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PF대출이 유동화하면서 건설시장 부실이 금융부실로, 이것이 또 다른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다가 부실을 초래해 생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비슷하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PF관련 금융규모는 69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순수 PF대출은 은행이 31조2,000억원, 저축은행 12조5,000억원, 보험사 4조2,000억원이다. 나머지 22조원은 PF를 유동화한 증권과 기업어음 등이다. 그러나 부실이 전이되기 시작하면 부실규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같은 부실 가능성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심각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며,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부동산 PF대출의 연체율은 0.19%에 불과하고 회수 불가능할 것 같은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0.84%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부동산 규제가 지속된다면 분양시장 침체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축은행 PF대출 연체율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라 2005년말 5.8%에서 2006년말 10.3%, 2007년 6월말 13.0%로 급증하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지방주택시장은 빈사상태에 빠졌고 주택시장 붕괴-가계파산-금융부실 충격-건설사부도-지방경기 침체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악화하기 전에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