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녹색 바람'이 부동산 시장을 휩쓸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녹지 등 '자연환경'이 교통 또는 편의시설 못지 않게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공원이나 호수, 산 등 자연환경을 갖추거나 조망할 수 있는 부동산이 최근 높은 경쟁률로 계약이 마감되고 분양 이후에도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되고 있다.
건설사들도 분양 과정에서 인근 녹지를 강조하며 '그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도심 속 숲…편리함과 정서적 만족 제공
도심이나 도심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중 자연조망권까지 갖춘 경우 편리함과 정서적 만족감을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이런 아파트는 인근 지역 같은 면적의 아파트보다 시세가 높은 편이다.
25일 온나라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공급된 서울 은평구 '북한산 힐스테이트 7차'는 전용면적 85㎡의 경우 지난 3월 5억69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1분기(1~3월) 들어 은평구에서 거래된 같은 면적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강원 원주에서는 봉화산 자락에 있는 'e편한세상 봉화산'이 다른 단지보다 높은 시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전용면적 85㎡의 매매가는 2억5500만원이다. 이는 지역 평균시세보다도 1억원 가량 높다.
산이나 강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 공원을 조성하거나 조경을 강화함으로써 녹지율을 높이고 있다. 녹지율이 높은 단지는 환경이 쾌적할 뿐 아니라 공원을 조성할 정도로 대단지인 경우가 많아 향후 지역 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높다. 이런 단지들이 최근 분양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녹지율이 42%에 달하는 현대건설의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는 지난 4월 평균 8.4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마감했다. 산책로와 생태연못, 친환경 쉼터 등을 조성해 녹지비율을 높였다.
같은 달 대림산업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 1-3구역에 분양한 'e편한세상 신촌'도 조경 비율이 44%에 달한다. 단지 뒤편에 안산 둘레길 등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긴 하지만 단지 내부에 총 5개의 공원을 조성해 녹지비율을 높였다. '그린마케팅'에 힘입어 청약경쟁률도 평균 10.68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KCC건설의 '한강신도시 2차 KCC스위첸'의 녹지율은 50%, 인천에 분양한 'e편한세상 서창'은 46.4%이다. 아이에스동서㈜가 공급한 '드림in시티 에일린의 뜰 2차'은 약 42%의 녹지율을 자랑한다.
◇전세난 심화로 조망권 갖춘 '주거형 오피스텔' 인기
주로 도심 '빌딩숲'에 자리잡던 오피스텔도 '녹색'으로 갈아입고 있다. 자연 조망권을 갖추거나 녹지율이 높은 오피스텔에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이 심화되자 아파트 수요 가운데 상당수가 오피스텔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전까지만 해도 오피스텔 수요자 대부분은 인근 회사에 다니는 1~2인 가구였다. 그래서 오피스텔은 역세권이나 중심 상업 밀집지역에 집중됐다. 이런 오피스텔의 경우 교통은 편리하지만 사생활 침해나 소음, 매연 등으로 삶의 질은 낮은 편이었다.
최근 전셋값이 올라 서울·수도권 전셋값으로도 오피스텔을 구매할 수 있게 되자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3~4인 가구를 겨냥한 '주거용 오피스텔'이 등장하자 특히 조망권, 녹지비율 등 자연환경을 갖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망권을 갖춘 오피스텔은 높은 경쟁률로 완판되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광교호수공원 조망권을 갖춘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은 지난 2월 평균경쟁률 422.3대 1로 마감됐다. 세종호수공원과 인접한 '더리치 호수의 아침'도 평균 75.9대 1로 계약에 성공했다.
같은 브랜드 오피스텔이어도 조망권에 따라 매매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일산신도시 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한 우인아크로움빌2 오피스텔은 매매가가 8800만원이다. 반면 호수공원 조망이 가능하지 않은 우인아크리움빌1은 같은 평형이지만 7600만원에 그쳤다. 120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오피스텔 주거수요가 증가하자 건설사들은 공원과 산책로, 체육시설 등 여가와 휴식공간을 갖춘 오피스텔을 새로이 공급하고 있다.
이달 중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분양되는 '산본역 센트로 601'은 중앙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을 갖고 있다. 약 15만㎡ 규모의 한얼공원과 수라산도 가깝다. 중흥종합건설의 '천안 불당 시티 프라디움'도 공원 조망이 가능하다. 15만6906㎡의 부엉공원이 인접해 있다.
강이나 개천을 끼고 있는 경우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대우건설이 이달 분양하는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는 단지 앞으로 오산천이 흐른다. 일산 대화동에 들어서는 한화건설의 '킨텍스 꿈에그린'은 호수공원과 한강조망권을 갖췄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내달 공급되는 '송도 RM2블록 더샵'은 인천대교와 잭니클라우스CC가 내려다 보인다.
◇공원과 수로를 끼고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 등장
최근 수로나 공원을 끼고 있는 대규모 상가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길을 따라 수로를 조성하고 중앙에는 공원을 설계한 '스트리트형 상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상가단지는 공원이나 수로를 산책하려는 방문객까지 흡수할 수 있고 향후 랜드마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상가들보다 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된다.
'스트리트형 상가'가 최근 완판되고 일부는 프리미엄이 붙는 등 저금리 시대에 상가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림산업이 짓는 'e편한세상 캐널시티 에비뉴' 상가에는 중심 수로와 대로변을 따라 레스토랑·카페 거리가 들어선다. 경기 김포시 한강신도시에 조성되는 수변 스트리트형 상가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는 국내 스트리트형 상가 중 가장 긴 왕복 1.7㎞의 수로와 대형 중앙공원을 갖췄다. ㈜알토란이 김포 한강신도시에 분양한 '라베니체 마치 에비뉴'는 1차분을 성공적으로 분양하고 현재 2∙3차분을 분양중이다.
수변공원을 조성한 위례신도시의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트램스퀘어'는 분양 이후 프리미엄도 붙었다. 3.3㎡당 3000만~3500만원이었던 분양가에 프리미엄이 200만~500만원 가량 형성됐다. 수변공원을 끼고 있는 이곳 쇼핑몰은 3개 동 183개 점포로 구성된다. '아트리버 푸르지오 스칸디몰' 역시 3.3㎡당 웃돈 약 200만원 붙었다. 수변과 어우러진 유럽형 테라스를 설치해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