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내달 1일 메리츠종금증권과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둔 아이엠투자증권이 직원들에게 사실상 희망퇴직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메리트종금증권에 인수된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 15~20일 82명의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하면서 수십명의 직원들에게 계약직 전환을 전제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특히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았을 때 '지방 발령' 등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압박하며 희망퇴직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지난 20일 오후 아이엠투자증권 정규직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측의 부당한 압박에 맞서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의 압박은 은밀하고도 집요하게 이뤄졌다. 이 때부터 전화 등을 통한 1:1 개별면담이 시작됐다.
특히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 발령 등 직원 개개인의 약점을 찾아 치밀하게 압박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직원들에 따르면 "희망퇴직 신청을 안하면 지방으로 발령을 내겠다", "희망퇴직 신청을 안하면 일 안시킬 것이다", "나중에 합법적으로 괴롭히겠다"라는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측의 집요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계약직 전환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실제 아이엠투자증권 희망퇴직 대상인원(82명)의 약 60%인 5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다른 증권사의 희망퇴직 신청 비율이 20~30%인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아이엠투자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강압적으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희망퇴직은 말 그대로 희망퇴직 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그는 이어 "아직 몇 명이 희망퇴직을 하게 될 지 확정된 게 없다"며 "신청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내부 인사위원회를 열어 신청을 수용할지 아니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면 희망퇴직을 반려시켜서 남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름만 놓고 보면 '희망퇴직'이라는 단어에는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의사가 담겨 있지만, 사측의 요구 앞에 힘 없는 근로자들엔 희망 없는 희망퇴직이 되고 있다. 더욱이 퇴직 대상자 대부분은 한창 일할 나이인 30, 40대의 젊은 직원들로 알려져 있다.
또 계약직 전환을 전제로 한 희망퇴직 강요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아이엠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직의 경우 고액의 성과급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시 호황기일 때는 능력만큼 돈을 더 받으려고 자발적으로 계약직을 선호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반짝 호황이었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발적 계약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또 구조조정 시 첫번째 타깃이 되는 계약직을 자발적으로 선호할 리는 없다는 게 증권사 직원들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이미 정년을 앞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와 '희망퇴직'을 함께 시도하는 회사들은 있지만, 30,40대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희망퇴직을 압박하는 사례는 매우 드문일"이라며 "메리츠종금증권이 질 나쁜 일자리 양산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