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외인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이 한국 코스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옐런 의장은 미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지역상공회의소에서" "올해 어느 시점부터 금리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해 기준 금리 인상 시점을 연 내로 못박았다. 이로 인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주식 등에서 자금 유입이 정체되거나, 자금이 빠져 나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 그간 매수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 3일동안 1919억원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 상승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7일 코스피 지수는 2107.50포인트로 전 거래일보다 1.68% 떨어지며 1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 2월과 3월 각각 1조3257억원, 2조9110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기 시작, 지난 4월에는 4조6493억원까지 매수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5월 들어 외국인 매수는 옐런 발언 등의 영향까지 겹쳐 29일까지 통틀어 전월보다 63.03% 줄어든 1조7188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연준 의장 발언으로 외국인 매수가 줄어드는 속도가 한층 빨라져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간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주체이자, 앞으로의 방향성의 열쇠를 쥔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섰던 점을 의미 있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시황팀장은 "옐런 의장의 발언은 그 자체로 무게감이 다른 데다 이번에 시기를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 있다"며 "실제 올해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고 확실시된다고 예상해 지금부터 조정이 사실상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당장 지수가 급락한다기 보다 앞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대량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라며 "금리가 실제로 오르기 전까지 시장이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선 반영해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라 시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옐런 의장의 이번 발언이 기존에 시장에서 예상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단순히 시장 열기를 식히기 위한 의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증권 류용석 시장전략팀장은 "코스피가 지난 27일 크게 하락한 것은 옐런 의장의 금리 인상 제스처에 따른 것은 맞지만 이 발언은 조정까지는 이르지 않을 온도 조절용이라고 본다"며 "초기에는 혹시나 하고 시장이 반응했을지 몰라도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것을 볼 때 어떤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앞으로 한국 코스피 시장은 당분간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수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크게 오르지도 않는 박스권 장세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센터장은 "외국인 수급이 이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6월에 바로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 같지는 않다"며 "원·달러 환율 1100원 수준에서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은 2080포인트에서 2150포인트 사이를 오가는 좁은 박스권 장세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