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며 국민연금에도 반대의사 표명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 소액주주 일부가 엘리엇 측에 가세했다.
삼성과 엘리엇의 치열한 수싸움이 예고된 상황에서 40% 이상의 지분을 쥐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소액 주주 가운데 일부의 참전으로 합병 성사 여부가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월 개설된 네이버 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현재 카페에는 7.12%의 지분을 쥐고 있는 엘리엇 측에 자신들의 표를 위임하겠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 카페 회원수는 900여명이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 매니저는 5일 공지를 통해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합병 무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그룹으로선 갑작스럽게 합병 반대 의사를 들고나온 엘리엇 못지 않게 신경 쓰이는 부분일 수밖에 없다.
현재 삼성물산은 이건희 삼성 회장 1.37%, 삼성SDI 7.18%, 삼성화재 4.65%, 삼성복지재단 0.14%, 삼성문화재단 0.08%, 삼성생명 0.15% 등 삼성 측 지분이 13.57%다.
또한 국민연금은 9.98%, 지난 2일과 3일 양일간 1112만5927주를 확보한 엘리엇 측이 7.12%의 지분율을 보유중이다. 8일 기준 엘리엇을 포함한 외국인이 갖고 있는 주식은 총 33.7%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소액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이 대략 4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 등 특별결의는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1 이상이 참석한 상태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만 결의가 된다.
즉 엘리엇의 의지대로 합병이 무산되려면 적어도 3분의1 이상의 표를 결집해야 한다.
현재 외국인 부유 지분 중 일부가 엘리엇에 동참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 중 절반 이상이 자신들의 의결권을 엘리엇 측에 위임하게 되면 합병 여부를 예측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소액주주들이 다 반(反) 삼성물산 진영에 가담할 것 같지는 않다. 삼성물산의 올 1분기 보고서 기준 8만여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 중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는 비율이 현재까지는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해당 카페에서는 현재까지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들끼리 적극적인 카페 홍보를 독려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카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 게 5일, 실제 합병까지 한 달여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후 더 많은 반대표가 결집할 수 있어 합병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대주주 국민연금 측에서는 "의결권 관련해 공식적으로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고 보고 안건을 분석하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아직 합병 찬반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