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이번 가격제한 폭 확대로 개미 대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
15일 시행되는 가격제한 폭 확대를 앞두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가격제한 상하 한도 확대로 하루 만에 거둘 수 있는 수익이 두 배 늘어나게 되지만, 당장 반 토막 난 주식을 손에 쥐게 될 수도 있어 개인 투자자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증권 시장에서 가격제한 폭은 15일부터 기존 15%에서 30%까지 17년 만에 대폭 확대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시장에서 기업의 적정 가치를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가격제한 폭 확대가 실적 좋은 기업의 주가는 오르고, 시장 가치가 낮은 기업은 하락하는 '조정 기능' 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 가치가 떨어진 데 따른 주가 급락 속도가 빨라지면,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는 주식을 산 당일 큰 손해를 입게 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셈이다.
실제 백수오 논란으로 연일 하한가를 기록한 내츄럴엔도텍, 메르스 수혜 주로 꼽히며 강세를 보인 뒤 치료제가 없다는 사실에 약세로 돌아선 제약 관련 주 등은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하지 못하며 급락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 아래로는 떨어지지 못해 하락 초기에 종목을 매도한 투자자들은 손실액을 줄일 수 있었다.
현대증권 공원배 연구원은 "내츄럴엔도텍은 15% 넘는 하락 사유가 발생했지만 기업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속도를 가격제한 폭이 지연시켰다"며 "가격제한 폭 확대로 실적과 성장성과 무관한 기대로 오른 종목들은 위험성이 일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 기관보다 정보력이 부족하고 가격제한 폭 확대에 취약한 매매 성향을 보여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가격제한 폭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식가격제한 폭 확대가 단타매매의전쟁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과도한 증시 변동성을 유발해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어 투자 활성화란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 든다"는 식의 반응이 연달아 나왔다.
개인투자자는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고, 대형주보다 변동성이 커 단기에 수익을 거두기 쉬운 중·소형주를 주로 매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간 상·하한가를 기록한 종목 수는 ▲유가증권시장 9572개 ▲코스닥시장 2만8369개로 코스닥시장이 약 3배 이상 많았다.
특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상장 종목을 기업규모에 따라 대·중·소형주로 분류했을 땐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들(유가증권시장 90.9%, 코스닥시장 77.8%)이 상·하한가 종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교보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변동성 확대와 공매도 등에 따라 개인 투자자 위험성이 높아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소형주 중에서 신용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등은 가격제한 폭 확대에 모니터링, 반대매매 기간 및 수량 변경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거래소는 15일부터 한 달간 주가 변동이 큰 종목에 대해 집중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시장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는 각각 종목별 담보유지 비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반대 매매 시기를 현행 이틀에서 하루로 줄이는 등의 조치로 시장 변동에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