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삼성물산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완승을 거뒀지만 이들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후 법정 공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주총에서 69.53%의 합병 찬성률을 기록하며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소액주주와 외국 투자자들의 찬성표를 대거 이끌어내며 예상을 뛰어넘는 격차로 엘리엇을 꺾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엘리엇의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엘리엇 측은 이날 주총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수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돼 실망스럽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 속에는 여러 뜻이 포함 돼 있다. 법정 공방도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엘리엇이 가장 먼저 꺼낼 카드는 합병 무효 청구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에 따르면 합병 등기가 있는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낼 수 있다.
엘리엇은 지난달 19일 가처분 사건 심문에서 "만약 주총에서 불공정한 비율로 합병을 승인한 뒤 합병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해 본안 소송 제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선을 확대해 삼성물산에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수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지분 11.21%를 지닌 1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통해 합병 찬성 쪽으로 가닥을 잡자 엘리엇은 "국민연금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정식으로 회부해 적법한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적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동지가 되지 못했다. 엘리엇은 국민연금을 향해 창끝을 겨누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주총 전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앞으로 삼성이 잘못됐다는 문서를 상당히 많이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입장을 정리한 뒤에는 의결위에 안건을 넘기지 않은 것을 문제삼아 '자체 결정은 추후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박용 편지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엘리엇의 소송이 뒤따를 수 있다는 예상을 어느 정도 하고 있다"며 "그만큼 엘리엇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엘리엇은 처음부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1대0.35를 반대 명분으로 삼아왔다. 국내에서는 주가로 합병 비율을 산정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해외에서는 자산 규모를 반영하기 때문에 해석이 다를 수 있다.
단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는 최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SD 제기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