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정부가 최근 내놓은 세법개정안이 세수확충방안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야권의 법인세 인상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롯데파동으로 반(反) 대기업 정서까지 확산되면서 법인세 인상 논의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연간 약 1조원의 세수가 증가할 거라고 보고 있지만 3년 연속 10조원 가량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치 못한 규모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6일 업무용 승용자동차 과세합리화(5500억원), 고소득자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제외(1400억원), 시설투자세액공제 합리화(1300억원) 등을 통해 1조892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세목별 세수 증대효과를 볼 때 법인세 인상 폭은 2398억원으로 소득세 378억원, 부가세 3135억원보다 낮았다.
정부는 법인세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올해 법인세 실효세율이 2.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2년 이후부터의 비과세 감면 축소에 따라 1.6%포인트, 지방법인세 0.5%포인트를 포함하면 약 2.1%포인트 오른다"고 밝혔다.
◇야당 "무책임한 개정안, 법인세 정상화 반드시 필요"
이같은 발표에 야당은 세수효과를 믿을 수도 없고 세수효과가 발생한다해도 재정파탄 상황을 개선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한 무책임한 세법개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달아놓은 부대의견에도 못 미친다고 폄하했다.
여야는 추경 예산안의 본회의 통과조건으로 "정부는 세입확충을 위한 모든 방안(법인세, 소득세의 정비)을 마련한다"는 부대의견을 마련했었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재정정상화와 공정조세를 위해 법인세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벌대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인상, 조세감면정비 및 최저한세율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과세 감면 제도 정비로 대기업 실효세율은 0.12%포인트 상승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도 질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기업 실효세율이 0.1% 올라간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일 뿐"이라며 "재벌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정상화는 고사하고 비과세 감면 축소 방안도 없다"고 비난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세법개정안에 확실한 세입확충방안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정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법인세 인상 등 확실한 세입확충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밝힌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로는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약속과 달리 밋밋하기 짝이 없는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체감하기조차 어려운 소소하고 미약한 다수의 변화보다는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한 조세정책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차례 고용이나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법인세 인상은 못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여당역시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국내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을 늘리면 국내 고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달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법인세 인하분을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금껏 역대 정부에서도 법인세는 계속 내려왔지 올린 적은 없다. 멕시코와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를 빼고는 법인세는 세계적으로도 인하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법인세 인상은 할 수 없다"며 "법인세를 올리면 당장 세수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 오히려 경제가 위축돼 세수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보다 실효세율 먼저 손봐야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국세청장을 지낸 이용섭 전 의원은 법인세율 인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선 실효세율 인상, 후 명목세율 검토 방안'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크게 인하해(25%→22%) 재정 적자건전성이 위협받고 있지만 법인세를 다시 올리게 되면 세금의 속성상 조세 마찰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내놓은 절충안이다.
법인세수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명목세율이 아니라 실효세율인데 실효세율을 3%포인트 올리면 명목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것과 같은 세수 증대 효과를 보면서 조세공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현재 3단계로 돼 있는 세율구간을 국제적 추세에 따라 2단계로 축소하면서 높은 세율 22%가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을 현재 200억원 초과분에서 2억원 초과분으로 환원하는 방안이 있다"며 "최저한세율을 적정화하고 모든 비과세 감면에 대해 예외없이 최저한세를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