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갖은 악재로 주춤하던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순항하고 있다.
11일 오전 12시08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0포인트(0.93%) 오른 2009.12을 기록 중이다.
전날 장중 2000선 아래로 내려가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지수를 쌓아가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와 기관·외국인의 좋지 않은 수급 상황 등으로 인해 답답해하던 국내 증시는 대외 악재가 한풀 꺾인 덕에 숨통을 텄다.
최근 국내 증시를 억눌러온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기적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생겼다.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부의장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용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매우 낮다"며 "물가상승률과 고용이 더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며 "연준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기 전 5주 동안 많은 자료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셔 부의장의 발언은 대세로 자리 잡아가던 '9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제동을 걸었다. 연내 인상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그 시기가 12월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로 인해 전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3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8%, 그리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16%씩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중국 주식 시장의 회복세도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전일 4.92% 오른 3928.4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말 급격히 추락하며 증시 패닉 사태를 초래했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부양책에 힘입어 다시 4000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부적으로 특별한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는 국내 증시에 '단비'로 작용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고승희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 원·달러 환율, 자금 수급 상황 등 내부적으로는 증시 개선 요인을 찾을 수 없다"며 "결국 현재 국내 증시는 대외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가장 큰 원인은 9월 금리인상 불안감을 완화시킨 피셔 부의장의 발언 때문으로 본다"며 "중국 같은 경우 최근 주식 시장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증시를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확실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국내 증시 하락의 요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연구원은 또 "다행인 것은 현재 모든 지표나 대내외 요인들이 주가를 끌어내리기 보다는 상방을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대외 환경에 따라 이번달 1950~2050선 정도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도 국내 증시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부국증권 김성환 연구원은 "당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전환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코스피의 추가적인 하방 압력은 크지 않을 것"며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상 관련 발언, 이에 따른 달러화와 여타 가격 변수들의 움직임, 중국의 경기지표 개선 여부 등을 바탕으로 코스피는 지지선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교보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7개월 연속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더딘 내수 회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코스피 2000선이 위협받고 있다"며 "단기 모멘텀은 취약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국내 기준금리가 1% 인하된 만큼 이제는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효과가 확인돼야 할 시점에 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