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조정을 이어오던 코스피 지수가 11일 끝내 2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격 절하가 이날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앞으로 환율 전쟁으로 수출·내수주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6.52포인트(0.82%) 내린 1986.65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16일 1987.33포인트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자국 화폐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환율 전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한국 증시 조정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엔화의 약세로 경쟁 관계에 있는 지난 2분기 한국 수출 기업 실적과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른 양적 완화 이후 엔화는 약세를 지속했지만 지난해부터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로 대응했다.
이에 지난해 8월과 10월에 이어 올해 3월과 6월 기준 금리를 낮추며 11일 원·엔 환율은 9.337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 절하 결정으로 환율 전쟁에 끼어들며 수출주에 대한 타격 정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위안화는 중국 인민은행이 11일 위안·달러 환율을 전일 대비 1.9% 오른 6.2298 위안으로 고시하며 3년래 최저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엔화에 이어 위안화까지 약세로 이어지면 국내 제품의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국의 수입 수요 둔화와 한·중·일 수출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관련 업종뿐만 아니라 음식료 등 내수주에도 환율 전쟁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화폐 가격 낮추기 경쟁 속에 원화 절하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커지며 음식료 관련 업종 등 원화 강세 수혜주인 내수 업종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투자 심리가 시장에 퍼지면 차익 실현에 따른 매물이 주가를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이들은 짚었다. 또 이머징 시장에서 글로벌 자금 유출이 대거 발생할 우려까지 제기된다.
SK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환율 전쟁이 이어지면 원화 약세 압력과 함께 원자재 가격 반등에도 제한이 생긴다"며 "상대적으로 통화 신뢰도가 약한 이머징 시장 위주로 글로벌 자금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선엽 시황팀장은 "최근 상황은 수출주에 영향을 주고 외국인 투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어느 정도 강도가 될진 모르겠지만 한국 증시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