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후퇴하는 경찰부대가 모자의 모표와 경찰버클을 가리고 차량에 인공기를 게양하는 등 경찰 신분을 감춰, 피해 주민들이 인민군으로 오인케 하여 환영한 주민 97명을 사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3일 제56차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인 '나주경찰부대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나주경찰부대가 1950년 7월 25일 전라남도 해남군 해남읍, 마산면 상등리, 마산면 화내리, 현산면 일평리, 7월 26일 완도군 완도읍, 7월 28일 소안면 비자리, 7월 29일 노화읍 이포리 배남재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을 인민군으로 오인하고 환영하자 좌익척결과 적을 환영했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사실이 규명되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인 이세열 외 588명으로부터 '광주·전남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신청을 접수하여 2007년 2월 28일 조사개시 결정을 하고, 이중 '나주경찰부대사건'으로 분류되는 103건을 2007년 4월부터 9월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나주경찰부대사건'에 대한 조사는 사건 신청에 관계없이 누가 희생되었는지를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사건 신청인과 현장 목격자, 사건이 발생한 마을의 장기거주자, 사건을 신청하지 않은 희생자의 후손 등에 대한 진술조사를 실시했다.
또 나주경찰부대원 및 완도 경찰서 소속 경찰관, 이 사건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건 현장 목격자 등을 조사했으며 전남경찰청 등의 소장 자료 조사 및 35개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나주경찰부대는 한국전쟁 발발 초기인 1950년 7월 25일 경 육로(陸路)를 통한 후퇴가 불가능하자 해로(海路)를 이용하기 위해 나주시 → 해남군 → 완도군으로 이동 중 해남군 해남읍, 해남군 마산면 상등리, 해남군 마산면 화내리, 해남군 현산면 일평리, 완도군 완도읍 완도중학교, 완도군 소안면 비자리, 완도군 노화읍 이포리 배남재 등 7개 지역에서 지역 주민 97명을 사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내 경찰이 후퇴하고 없는 상황에서 '인민군이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마을 구장 등이 '인민군 환영'을 독려하자, 해남군 및 완도군 주민들은 인민군을 환영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당할 것을 우려해 경찰임을 감추고 진주한 나주경찰부대를 향해 '인민군 만세'를 외치거나 인민군 환영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인민군을 본 적이 없고 당시 나주경찰부대가 모자의 모표(帽標)나 경찰버클 등을 가려 경찰임을 적극 은폐하고 진입하자, 인민군으로 오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비록 전시라고 하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일차적 소임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후퇴 중 적에게 동조할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 주민을 함정을 파 놓은 다음 임의적으로 불법 살해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나주경찰부대는 주민들의 인민군 환영 행위를 잠재적 적을 색출·제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 활용했다.
나주경찰부대가 후퇴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적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나 해당 지역에는 인민군이 없었고, 주민들이 경찰을 공격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은 긴급한 작전상의 필요와도 무관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나주경찰부대 및 완도경찰은 '전란 피난민의 소개와 구호활동에 노력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외면하고, 좌익척결과 적을 환영하였다는 이유로 아무런 절차없이 즉결 처형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해남읍의 경우 최소 4시간 이상 나주경찰부대는 가가호호 수색하여 민간인을 사격목표로 정한 후 근접사격하거나 정조준 사격하여 주민들을 사살했다.
'나주경찰부대사건'의 희생자 97명은 모두 해남군 및 완도군 관내 주민들로 비무장, 비전투원이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농·어업 종사자이고 20∼30대가 63%이다.
여성 희생자는 6명으로 가족과 함께 희생되었거나 대신살해됐고, 가족이 함께 희생 된 사람은 33명으로 전체 희생자의 1/3에 해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희생 당사자의 죽음도 억울하지만 유족들 역시 가족구성원 상실 이후 현재까지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큰 고통을 받아 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나주경찰부대사건'의 진실이 규명됨에 따라 국가의 공식사과와 위령사업의 지원, 호적 정정 등 명예회복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공식기록에 등재하고 경찰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며, 전시 비무장 민간인 보호와 인권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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