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우동석 기자] 부진한 내수 시장 성적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인사카드를 꺼내들었다.
담 회장은 이경재 베트남 법인장을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고, 승부수를 띄웠다.
이 사장 내정자는 고졸 영업맨으로 입사해 오리온 초코파이를 베트남의 '국민 과자'로 키운 인물이다. 현 강원기 사장은 베트남법인장으로 한국과 베트남 대표자리를 맞바꿨다.
일부에선 이번 담 회장의 인사 조치와 관련, “날개없이 추락하는 국내 실적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국내 매출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중국과 베트남 등 기타법인의 성적은 3배 이상 뛰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1조846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1조623억원에서 소폭 늘었지만 2012년 이후 내리막길이다.
저출산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과자를 사먹는 사람들도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분기 역시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5.7% 감소했다.
이 기간 베트남·러시아 등 기타법인은 218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오리온 영업통으로 알려진 이경재 베트남 법인장을 새 대표로 활로 모색에 착수했다.
이 사장 내정자는 1977년 배명고를 졸업한 뒤 오리온에 입사해 줄곧 영업직에서 근무했다. 사내 최고의 영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가 2007년 베트남 법인장을 맡은 뒤 1년 만에 매출이 두 배 급증했다. 한국식 '정' 문화에 기반한 공격경영이 통했다. 그는 10여명에 불과했던 베트남법인 영업사원을 2000여명으로 늘린 뒤 14만개 거래처를 밀착 관리했다.
2007년 267억원 매출을 올린 이후 2010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1501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오리온은 베트남 지역에서 초코파이를 필두로 베트남 파이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에 달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출을 시작한 러시아 지역은 초콜릿을 즐겨 먹는 문화를 바탕으로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에 대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국내 제과시장 축소 리스크가 확대됐고 중국 매출 성장률도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8개 분기 연속 국내 제과 부문의 매출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오리온은 9월 주주총회를 열어 공식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