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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는 이명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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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는 어린 자녀들의 질문에 부모가 난감해질 때 찾아볼 수 있다. 연전의 이라크 파병 때 그랬다. "왜 우리나라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는 거야, 아빠?" 하고 딸이 물었을 때, 답을 하기 힘들었다.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을 두고 딸이 "아빠, 삼성이 뇌물을 엄청 뿌렸다며. 근데 어떻게 검찰총장에다가 국가'청렴'위원장까지 뇌물을 받아?" 하고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한 답변이란 게 고작 "뇌물 주고받는 사람도 있지만 그걸 폭로한 사람도 있고 고발자를 지켜주는 정의구현사제단도 있지 않느냐, 그리고 뇌물 뿌린 건 삼성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아빠,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위장전입인가 위장채용인가 그런 거 무지하게 하고, BBK가 뭔가 문제가 많다며. 그런데 왜 그런 사람이 지지율이 제일 높아?"하고 물었을 때는 정말로 답을 할 수 없었다. 사회학자로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기성세대로서 미래세대에게 나는 정말로 말을 잃었다.
이명박 대 '위명박'의 선거프레임?
자식 앞에서 궁색해진 날 저녁에는 동창들과 술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도 대선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울적해졌다. 취기에 실려 나오는 말의 주종은 "하여간 개판이야, 개판" 이런 말이었다. 이 울적한 상황을 정리하며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암튼 요즘 이명박이 위증교사에 위장전입에 위장취업에 하도 '위'뭐가 많아서 이명박이 아니라 위명박이라고 불리더군. BBK 문제에서 검찰이 혐의 없다고 판단하면 이전의 과오까지 털어내어 위명박은 다시 이명박이 되겠지. 그렇지 않으면 벼랑 끝에 선 위명박일 거고 말이야. 그러니 이번 대선은 전적으로 이명박 대 위명박의 싸움인 셈이야." 제법 재치있는 말이라 다들 껄껄 웃었고, 그 김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지만 그 정도 농지거리로 털어질 우울은 아니었거니와 세간의 인식을 반영하는 그 농담이 문제를 정확히 짚은 것도 아니다. 점입가경인 이명박 후보의 비리가 대선의 향배를 가르는 폭발력 큰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그에 비하면 지지율이 꽤 높다는 이회창 후보의 경우는 전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종속변수일 뿐이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도 그의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마음을 바꾸어 달리 지지할 후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대선이 이명박 대 위명박의 판인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유권자에게 대안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는 범여권이다.
지지층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범여권
대선이 마치 승자독식의 게임인 양 보이지만, 지난 노무현정부의 행로에서 보듯이 대선이 우리 사회의 행로를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선이 그 결과에 대해 무심해도 될 만큼 작은 의미를 갖는 것도 아니다. 특히 이번 대선 이후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한다. 한미FTA가 그렇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화해협력이 그렇다. 한반도에 더 평등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더 위계적이고 갈등적인 사회가 등장할지가 전적으로 이번 대선에 달려 있지는 않다 해도 대선 결과가 아주 중요한 계기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더 평등하고 더 인간적인 사회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유권자들이 상당수 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회세력을 모아서 대변할 정당간 연합과 후보단일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되돌아보면 참여정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참 오만했던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을 열렬히 지지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고, 지지자들이 어렵게 마련해준 개혁의 소중한 기회를 많이 흘려보냈다. 오만이 자주 과오를 불러들였고 그 결과 남은 것은 볼썽사나운 신당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행로를 깊이 고민하는 이들은 지지의 댓가로 돌려받은 실망을 뒤로하고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를 그들의 과오를 용서할 근거로서 요구하고 있다. 범여권이 작은 정치산술에 집착하여 이런 지지층의 소망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민주화운동의 자산을 마지막으로 털어먹는 짓일 것이다.
문제는 후보 단일화이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요구는 참여정부와 한나라당 모두에 대한 반감을 토대로 출사한 문국현 후보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자신의 가치 실현을 위해 타협하고 협상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후보에게서 정치적 다수를 형성할 비전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세력 형성을 마다하는 외고집의 행로는 또다른 오만의 징후일 뿐이다.
다시 말하건대 문제는 '위명박'이 아니라, 범여권이 지지층의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간절히 노력하는 자세를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국면이라면 그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이 내걸고 후보단일화에 진력하는 것이다. 그런 자세와 성과가 있을 때야만, 마음이 떠났거나 마음 둘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스스로를 설득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글쓴이는 한신대학교 사회학 교수입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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