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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통령 당선은 모든 정책공약을 정당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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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에는 본래 두개의 속성이 내재한다. 하나는 이상적 원리로서 책임정당정치이다. 이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의사를 위임받은 정당의 후보자가 정부를 구성할 뿐 아니라 집행부와 의회를 통솔하면서, 주요 정책을 힘있게 실현하고 그 결과에 대해 다음 선거를 통해 책임지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책임정당정치는 민주주의 초기 소수 엘리뜨의 담합과 공모에 의한 지배를 극복하고, 선거를 통해 나타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를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과정에 반영시킴으로써 주권자의 국정운영 통제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 장치이다. 즉 책임정당정치는 대의제하에서도 민주주의 기본인 인민주권을 살리고자 했던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또다른 속성은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이다. 오도넬은 많은 신생 민주주의에서 투표에 의해 선출되어 통치를 위임받은 정부가 집권 후 유권자와 의회에 책임을 지지 않는 일방적·폐쇄적 통치현상을 위임민주주의로 정의한 바 있다. 위임민주주의는 지지자와 의회의 정치적 통제와 구속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책임정당정치와 구분된다. 첫 번째 회피는 대통령을 지지해준 당원 및 지지자들에 대한 수직적 책임성의 위반이고, 또 다른 회피는 의회·사법부·정당 등 대통령 권한을 제어하는 헌법상 기구들에 대한 수평적 책임성의 우회이다. 수직적·수평적 책임성을 유린하는 위임민주주의에서는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정책·이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부 일방의 포고령(decree)이나 위로부터의 동원에 의한 국민투표(plebiscite)가 자주 발동된다.
책임정치를 회피하는 위임민주주의의 위험성
아쉽게도 우리가 최근 목도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은 책임정당정치보다는 위임민주주의에 근접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 시도했으나 결국 무산된 대연정이 수직적 책무성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다면, 집권여당이나 범정부 차원의 충분한 협의나 공론화과정 없이 일부 테크노크라트에 의하여 추진된 한미FTA는 수평적·수직적 책임성 모두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누가 되느냐의 문제 이상으로 위임민주주의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있다고 하겠다.
위임민주주의에서 책임정당정치로의 전환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는 주장을 단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이명박 후보의 경부대운하 공약이다. 왜냐하면 경부대운하 건설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만으로도 어떤 정치적·법적 장애물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경부대운하 건설에 대한 국민들의 포괄적인 정치적 위임(mandate)으로 해석될 것이며, 헌법재판소의 개입 여지가 컸던 행정수도 이전과 달리 국회의 예산지원만 확정되면 언제라도 추진될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국토와 환경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경부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현행법상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목숨을 건 단식이거나 시위밖에 없을 것이다.
위임민주주의의 유혹과 경향은 비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가까스로 대통령이 되었을 경우 그는 당의 핵심공약인 무상의료·무상교육의 실현을 위해 매진할 텐데, 이 경우 극렬한 반대와 저항이 예상되는 의회를 거치기보다는 국민투표 회부의 강력한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책정당 아니 정당정치 자체를 무시한 채 불특정 다수의 인기영합에 의지하여 갑작스레 등장한 이회창 후보의 경우이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정당과 공약에 아무런 구속됨 없이 포괄적 위임을 근거로 자의적 통치를 행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임민주주의는 정당과 시민사회가 약한 대통령제의 내재적 속성이라 하겠다.
대안은 정당과 시민사회 강화의 이중전략
위임민주주의에서 책임정치로의 전환은 정당과 시민사회의 상호 연계와 강화를 지향하는 이중전략을 요구한다. 먼저 가장 필요한 것은 정당과 정당체계로서의 의회정치 활성화이다. 이를 위해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당정분리에서 당정협력체제로의 인식론적 전환이다. 당·정·청의 정책공조와 협력을 위한 기본전제는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확고한 정치철학이며, 다음은 정당을 중심으로 핵심 정책집단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이다. 당정간 협력은 기존의 일방적·사후적·형식적 정책자문에서 실질적·수평적·예방적 정책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효율적 협의를 위해 폐지되었던 정무수석제의 부활은 필수적이다.
또한 정당의 민주적 발전을 위해서는 당의 정체성이나 강령 등과 관련된 핵심 정책이슈의 결정에서는 전체 당원의 직접투표에 의해 결정되도록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개혁입법, 한미FTA, 대연정, 당 해산과정에서 일반 당원의 의사와 이해가 제대로 반영된 적이 한번도 없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사안에 대해서는 당원에 의한 당직자소환·입법청구·직접투표가 가능하도록 당원의 실질적 권한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당원에게 정책영역에서만이라도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결정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는 대통령에 대한 위임의 범주를 명확히하고 사후 정책집행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정당과 시민운동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명박 후보의 경부대운하, 금산분리, 경쟁력·효율성 위주의 교육정책 등은 국가보안법이나 한미FTA 이상의 메가톤급 갈등요소를 안고 있는 사회경제정책이지만, 이에 대한 관련 시민단체의 공론화와 대응은 상당히 소극적이다. 일차적으로는 헌법재판소나 청와대가 아니라 정당과 의회라는 정치과정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공론화·제도화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통령 탄핵이나 한미FTA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주권자들의 무기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에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국민투표의 요건과 범위를 전향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위임민주주의를 넘어 책임정당정치로
많은 이들이 87년체제의 한계를 논의해왔다. 그리고 적지 않은 정치지도자들이 4년 연임제로의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문제의 핵심은 임기나 연임 여부, 여소야대가 아니라 어떤 대통령제, 더 나아가 어떤 민주주의인가에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통령제의 진짜 문제는 위임민주주의에서 벗어나 한번도 온전하게 작동된 적이 없었던 책임정당정치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글쓴이는 한양대학교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이며, 정치학 교수입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논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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