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유명 여배우들이 모여 앉아 사랑과 자식, 우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나인 라이브즈’는 14명의 여배우들이 수다를 늘여놓듯 여성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영화다. 촬영 3주가 채 안 되는 촬영기간 동안 만들어진 저예산 영화임에도 유명 여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는데, 작년 로카르노 영화제 최고 작품상(황금표범상) 등 호평을 받아 ‘여배우들의 선택’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남자 감독의 여성에 대한 통찰제58회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벌어진 가장 이례적인 사건이라면 여우주연상인 동표범상을 14명의 여배우가 공동 수상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바로 ‘나인 라이브즈’에 출연한 여배우 14명이었다. 다코타 패닝, 글렌 클로스, 홀리 헌터, 캐시 베이커, 에이미 브레너먼, 리사 게이 해밀튼, 아�
'나쁜 교육’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거장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이 국내 개봉한다. 자식으로 인해 가장 큰 상처를 받고 자식으로 인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심지어 유령이 돼서까지 딸에게 나타나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를 유머와 판타지로 풀어낸 작품. 알마도바르 감독은 좀 더 코미디로 돌아왔다. 칸 영화제에서 평단의 극찬과 가장 높은 데일리 점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었던 ‘귀향’은 여우주연상과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프랑스에서 200만 명 이상의 관객동원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절망 끝에서 만난 어머니의 유령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라이문다는 한없이 거칠고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녀는 기둥서방과 다름없는 남편과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둔 실질적 가장으로 모든 현실이 짐스럽기만 하지만, 뭐든지 해내는 �
올해 칸영화제의 2편의 아시아 영화로서 ‘괴물’과 함게 초청된 ‘유레루’가 국내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유레루’는 2002년 재기발랄한 블랙 코미디 ‘산딸기’로 데뷔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평단의 호평을 받은 ‘산딸기’ 이후 다큐와 옴니버스를 전전하던 감독이 4년 만에 절박하게, 긴 호흡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은 셈이다. ‘산딸기’로 미와 감독은 일본의 전형적인 가정 붕괴를 시니컬한 관점으로 이야기했다면 이번엔 인간과 인연의 불확실성을 섬세한 심리묘사로 파고든다. 섬세한 심리 묘사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며 도쿄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1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고향에는 현실에 순응하며 가업을 잇고 사는 착한 형 미노루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가 형과 함께 �
벗겨진 대머리에 볼 것 없는 외모를 지닌 평범한 월급쟁이 프랑수아. 지금 막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그는 이 세상 누구라도 반해버릴 뇌쇄적인 아름다움의 소유자 다니엘라를 만나 한가지 제안을 한다. 한 달에 10만 유로씩을 줄 테니, 대신에 400만 유로의 복권 당첨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자신과 함께 지내자는 것이 바로 그것. 돈을 준다는 말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인 다니엘라는 자신을 정중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프랑수아에게 점차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숨막힐 듯 관능적인 육체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거나 신체적으로 무리를 하면 곧 멎을지도 모르는 약한 심장을 지닌 프랑수아에겐 너무나 가혹한 유혹이다. 그런 그 역시도 다니엘라를 향한 열정적인 사랑으로 심장을 치유해간다.그러던 어느 날, 샤를리라는 심상치 않은 남자가 찾아와 자연스럽게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 감독는 ‘데드맨’ ‘고스트 독’, 최근 개봉한 ‘브로큰 플라워 등의 장편영화를 만들면서 틈틈이 연작의 성격이 담긴 단편영화 작업을 해왔다. 1986년 미국의 대표적인 코미디쇼 ‘Saturday Night Live’를 위해 만든 콩트 형식의 영상물 ‘자네 여기 웬일인가?’를 시작으로 17년간 꾸준히 채워간 단편영화의 연작들이 바로 ‘커피와 담배’라는 옴니버스 드라마의 형태로 완성됐고, 마침내 2003년 장편영화의 형태로 개봉하게 됐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국내 관객을 만난 적이 있는 이 영화가 드디어 국내 본격 개봉을 앞두고 있다. 빌 머레이가 빌 머레이를 연기하다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필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11가지 대화들은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때로는 수다스럽고 엉뚱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
순수한 남자의 순정 연애담은 시대를 초월하는 로맨틱 코미디 소재지만 밋밋함과 진부함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전차남’은 순진한 한 청년이 용기 내 사랑에 골인하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넷 네트워크에 대한 문화적 성찰 속에 전개하면서 이 같은 단조로움을 극복했다. 천만건의 접속 건수 기록‘전차남’은 일본 열도를 뒤흔든 화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2004년 봄, 2채널(www2.2ch.net)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매우 소심한 오타쿠’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의 사연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된다. 2채널의 많은 커뮤니티 중에 ‘독남(毒男)이 뒤에서 총 맞는 게시판 - 위생병 불러’ 라는 독특한 이름의 게시판에서 올려지고 있는 글이었다. 전철 안에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으로부터 젊은 여성을 구�
'비단구두’는 남한을 북한으로 거짓 설정하고 치매에 걸린 한 노인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감독 이야기다. 이 시놉은 아버지의 유산을 얻기 위해 통일 상황을 꾸며내는 ‘간 큰 가족’과, 그 이전에 선보인 독일 영화 ‘굿바이 레닌’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영화는 따뜻한 로드무비의 형식으로 실향민에 대한 남한의 시선과 분단 문제에 대한 통찰을 여균동 특유의 연출 감각에 담아내면서 차별을 시도한다. 북한 방문 프로젝트자신이 감독한 영화가 흥행에 참패한 후 의기소침해있던 만수에게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제작자가 빚을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그 빚은 고스란히 만수에게 넘어온 것이다.전화를 한 사채업자는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치매에 걸린 자신의 아버지 배영감의 소원을 들어달라는 협박에 가까운 부탁을 한다. 거짓으로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계보를 만들고 있는 류승완 감독이 전공으로 돌아왔다. ‘주먹이 운다’에서 드라마가 강한 액션물로 주목받았던 류 감독은 다시 유희적 장르물의 매력을 듬뿍 담은 ‘액션을 위한 액션’에 올인 했다. “필생에 만들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저질렀다’는 그의 신작 ‘짝패’는 액션 키드가 마음에 담아왔을 법한 액션 씬의 ‘모듬 성찬’이자, 액션 감독의 원풀이다. 액션물에 대한 액션물제작, 감독, 배우, 각본 등 1인 4역을 맡아 순제작비 6천만원으로 ‘사건’을 일으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액션 걸작들에 대한 한 젊은 영화광의 오마쥬였다면 ‘짝패’에서 류 감독은 다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만큼 다각도로 액션광의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돼 있는 전형적인 류승완표 영화다. 자신이 가장 잘 할 �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이별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하는 한다는 것은 분단의 가장 직접적인 아픔이다. 분단이라는 역사의 회오리 속에서 양산된 이산가족이라는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탈북을 통한 이별이 한반도에 새롭게 통증을 더하고 있다. ‘북경의 남쪽’은 일상적 이슈가 돼버린 탈북자들의 삶을 한 개인의 사랑이란 프레임으로 잔잔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짝’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등의 히트작으로 유명한 드라마 PD 안판석 감독의 데뷔작이자 배우 차승원의 첫 멜로물이다. 멜로의 전형에 충실남녀의 사랑만큼 시대상과 정치적 문제들을 함축해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분단의 문제를 멜로로 풀어낸 ‘북경의 남쪽’은 탈북자들이 어떻게 삶을 개척하고 그리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가를 통해 분단의 아픔을 담아낸다. 평양 출생의 만수예술�
‘맨발의 기봉이’는 충무로를 여러 번 먹여 살렸다는 텔레비전 휴먼 다큐멘터리를 소재로 한 휴먼 코믹 드라마다. 한국에서 가장 안전하게 잘 먹힌다는 장르를 선택한 이 영화는 1부 웃음과 2부 감동 구성, 착한 등장인물, 예쁜 배경 등을 적절히 뒤섞으며 장르의 법칙에 충실하다. 기봉의 실화는 뻔한 영화가 될 우려가 많긴 하지만 매력 또한 충분히 갖추고 있다. 8세에서 지능이 멈춘 순수한 청년의 가진 것 없지만 행복한 삶에서 뽑아낼 수 있는 감동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을 터. 하지만 감동의 소재가 서 말이면 뭐하겠는가. 억지스러운 캐릭터와 갈등나이는 40살이지만 어려서 앓은 열병으로 지능이 낮은 노총각 기봉의 실화를 영화는 대체적으로 살리고 있다. 동네 허드렛일을 하면서 얻어오는 음식거리를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귀가 어두운 엄마에게 갖다 주
최근테러와 폭력, 국가간 인종 간 갈등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성 짙은 이 같은 영화들이 진지한 성찰을 풀어놓아도 서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씁쓸해할 수밖에 없었다면 두 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치 상황을 다룬 ‘천국을 향하여’는 최소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반가운 영화다. 지옥 같은 현실보다 영웅적 죽음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그들의 압제와 차별정책,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와 할레드도 어느 날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순교자의 소명을
다른 피부색과 정체성을 지닌 인간들이 모여 사는 미국 LA. 다양성 만큼이나 일상적인 충돌이 멈추지 않는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은 고독하기만 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크래쉬’는 미국의 오래되고도 여전히 유효한 인종갈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가 폴 해기스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산드라 블록, 맷 딜런 등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편견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희망‘크래쉬’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구성한 작품이다. 흑인형사와 라틴계 여형사, 흑인청년과 백인부부, 이란인 부녀와 히스패닉 가장 등 LA에 살고 있는 공통점 이외에는 피부색도 나이도 모두 다른 그들은 우연한 시간과 우연한 장소에서 서로 만나 충돌�
1935년부터 1961년까지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CBS에서 뉴스앵커로 명성을 날렸던 실존인물 에드워드 R. 머로우. 머로우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는 인기 뉴스 다큐멘터리인 ‘SEE IT NOW’를 진행하며, 매 회마다 정치 사회적인 뜨거운 이슈를 던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굿 나잇 앤 굿 럭‘은 1950년대 초반, 미국 사회를 레드 컴플렉스에 빠뜨렸던 맥카시 열풍의 장본인 조셉 맥카시 상원의원과 언론의 양심을 대변했던 에드워드 머로우 뉴스 팀의 대결을 다룬 조지 클루니의 두 번째 감독작이다. 베니스 영화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 및 노미네이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록 영상과 연출 화면을 뒤섞어조셉 매카시 의원은 공산주의자 및 친 공산주의자들을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반 사회적 스파이들로 규정하고, 사회 각 분야에 걸쳐서 대대적인 빨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