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테러와 폭력, 국가간 인종 간 갈등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성 짙은 이 같은 영화들이 진지한 성찰을 풀어놓아도 서구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씁쓸해할 수밖에 없었다면 두 명의 팔레스타인 청년을 통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대치 상황을 다룬 ‘천국을 향하여’는 최소한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반가운 영화다.
지옥 같은 현실보다 영웅적 죽음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그들의 압제와 차별정책,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와 할레드도 어느 날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순교자의 소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가슴에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로 향하던 두 청년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이드를 사랑하는 아름답고 지적인 젊은 여성 수하가 그들의 계획을 눈치 채게 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죽음과 같은 삶을 사는 것보다 영웅적인 죽음을 택해 천국으로 가고자 했던 그들. 그러나 과연 끊임없이 죽이고 죽고,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이 저항방식이 그들이 원하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인가, 그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들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영화는 삶의 마지막이 될 48시간, 그들의 심리적 갈등과 선택을 통해 폭력의 허무성과 평화의 방법을 제시한다.
팔레스타인이 말하는 평화의 해법
‘천국을 향하여’는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과 닮았으면서 다른 영화다. ‘뮌헨’ 역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과 폭력, 테러를 다루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천국을 향하여’는 자살폭탄 테러단으로 지목된 팔레스타인 청년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결국 비슷한 주제로 귀결되기는 하지만 그 시각차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다.
가해자 시각에서 평화나 보편적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영화는 반박하긴 어렵지만 감정적 회의를 불러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끝없는 보복 테러가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뮌헨’을 예로 들어보자. 이 같은 이야기를 가해자인 이스라엘이 한다는 것은 다소 뻔뻔스러운 감이 있다. 인간의 어리석은 보복심리가 문제라는 보편적 주제로 나가면 가해자의 반성은 희석되는 감이 있기 때문이다. 둘 모두에게 잘못이 있겠지만 어느 한쪽이 분명히 더 큰 잘못이 있음에도 거기에 대해서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이번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래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보지 않고 누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편견 속에서 부딪치지만 결국 화해의 메시지로 희망을 열어 보이는 이 영화의 차별에 대한 속성 제시는 깊이감을 지니지만 철저한 백인적 시각이라는 생각 또한 벗어나기 어렵다. 소수자가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때 ‘원래 인간은 편견의 동물이며, 사회는 여러 차별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기득권자의 교묘한 책임 회피로 읽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뒷맛 씁쓸함에서는 자유롭다는 것이 ‘천국의 향하여’가 가진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필버그처럼 스릴러를 이용한 재미를 주거나, 달콤한 화해 판타지는 없지만 이 영화는 테러의 원인, 국제사회의 갈등에 대해 피 한방울 뿌리지 않고 생생하게 현실을 전달한다.
논란의 중심에 서다
영화는 이스라엘 정부의 영화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이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이고 아랍어 영화라는 점에서 정작 이스라엘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제78회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유대인들의 반발과 유대인 로비스트들의 수상 제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화 촬영도 전쟁처럼 이루어졌다. 이스라엘이 수배자 체포를 위해 도시를 침범하고 새벽에 탱크가 굴러다니며 총격이 끊이지 않는 지역 나불루스에 들어가서 촬영을 감행했는데, 팔레스타인 폭탄 테러자들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으로 인해 그들 중 한 분파에 의해 지역 담당 매니저가 납치되고, 당장 나불루스를 떠나라는 협박이 이어졌다. 같은 날, 자동차 가까이로 이스라엘의 미사일 공격이 있었으며 유럽스텝 6명에 대한 무장괴한들로부터 재차 협박이 계속되기까지 했다. 결국 그 6명의 유럽 스텝이 떠나고 촬영은 난항에 부딪혔다. 결국 팔레스타인 내 적대파가 ‘촬영팀이 미국인/스페인 음모단’이라는 글귀가 적힌 팜플렛을 유포하면서 이들은 법외추방자가 됐다.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은 “ ‘천국을 향하여’는 우리의 생각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영화다, 또한 그 자극으로 말미암아 우리 현실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희망적인 시선을 가지고 열린 토론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그것이 나불루스에 뛰어들어 ‘천국을 향하여’를 만든 목적이다”고 말했다.
영화는 깔끔하게 전개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영상적 감각 면에서 아쉬움 또한 많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현실과 테러에 대한 ‘또 다른’ 담론을 던지는 영화의 메시지는 영화 문법적 평가를 초월한다.
마이캡틴, 김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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