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에 ‘철퇴’휘둔 영등위 전문성 논란
리니지 유해성 논란 ‘18세 등급판정’
엔씨소프트, 영등위 판정 불복 미수정 재심의 요구
98년 국내에서 처음 서비스되면서 온라인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게임산업의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던 ‘리니지’. 그러나 서비스 초기부터 유해성 논란에 휩쓸려 2000년 정통부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전체이용가를 받았던 리니지가 결국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위원장 김수용)로부터 ‘청소년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의 결정에 대한 각계 반응은 찬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고심 끝에 판정초기 강경 대응 방침을 접고 리니지 수정판을 만들어 재 심의를 요구했지만 또다시 ‘심의물 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게임업계는 “영등위의 심의는 게임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영등위, 첫 사전심의 초강수
지난달 17일 ‘리니지’를 상대로 열린 사전심의에서 영등위는 18세 등급 판정을 내렸다. 당초 12세 등급을 받으려던 엔씨소프트는 물론
온라인게임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등위는 18세 등급판정 이유에 대해 “게임 안에서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PK, Player Killing)가 과다한 적개심을 일으키고,
사행심과 중독성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아이템 현금거래와 불법 탈취 등이 성행해 10대들이 쉽게 범죄에
노출되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20만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액 기준으로 게임시장의 약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가 18세 등급을 받자 유사게임을
개발했거나,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우선 영등위 발표 직후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의 중국시장 진출과 ‘거래소이전’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리니지 김택진 사장은
성명서를 통해 “세계 1위의 온라인게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리니지가 게임 자체가 아닌 다른 요소로 평가받게돼
안타깝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온라인게임 ‘뮤’를 개발한 웹젠(대표 김남주)도 리니지와 같은 18세 등급 판정을 우려해 지난달 22일 영등위에 신청한 사전심의를 취소했다가
이 달 6일 수정을 거쳐 사전심의를 재신청했다. 웹젠은 “폭력성과 사행성을 막기 위해 PK를 당한 캐릭터가 아이템을소실하지 않도록 수정하고,
PK를 가한 악한 캐릭터를 대상으로 PK를 하면 받게 되는 ‘영웅’ 시스템도 없앰으로써 아이템 획득 및 경험치 향상을 위한 PK의 장점들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온라인게임업체 한 사장은 “이번 판정은 영등위 온라인게임 소위원회 구성원의 편견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엔씨소프트가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갈등이 있었던 게 심의에 영향을 미친게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올 정도”라며 영등위의 판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니지 유저들을 중심으로한 네티즌들도 영등위 판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리니지(www.lineage.co.kr) 홈페이지에는 이번 판정으로
게임 이용이 어려워진 만 18세 미만 이용자들의 불만을 담은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에는 게임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부모 주민등록번호로 새 아이디를 만들어 기존 아이디의 아이템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영등위 전문성
논란 일 듯
한편, 초기 강경 대응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면서 영등위의 지적사항에 대한 수정을 통해 재심의를 신청했던 리니지가 또다시 ‘심의물 불량’
판정을 받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엔씨소프트는 판정이후 게임 수정을 통해 상대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PK를 허용하지 않은 ‘로엔그린’버전과 PK를 허용하는
‘데포로쥬’ 버전 등 2개로 나누고, ‘데포로쥬’ 버전 게임에서 상대방을 PK시킨 악한 성향의 캐릭터가 PK를 당할 경우 아이템 중 일부를
소멸할 수 있도록 바꿨다. 영등위는 “수정된 리니지의 2개 버전에 대해 하나의 계정(ID)으로 두 개 버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에서 두 개의 버전을 별도의 독립된 게임으로 보기 어려워 심의물 불량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의 2개 버전은 독립된 게임이라고 주장하면서 영등위의 ‘심의물 불량’ 판정에 불복해 수정 없이 리니지 사전심의를
재신청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또한 영등위가 한 개의 계정으로 여러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 원칙에 대한 이해 없이 리니지 2개 버전을 같은 게임으로 해석, 심의물
불량 판정을 함에 따라 영등위 사전심의의 객관성과 전문성에 대한 논란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PK가 허용되지 않은 ‘로엔그린’ 버전과, PK는 허용하되 아이템 소실을 없앤 ‘데포로쥬’ 버전은 내용도 다르므로
엄연히 독립된 게임”이라면서 “이번 오판은 영등위 심의위원들이 게임과 웹 콘텐츠의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은 “영등위 판결대로라면 하나의 아이디로 여러 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웹보드게임은 하나의 게임이어야 하는데, 모두 개별 게임으로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받았기 때문에 리니지에 대한 영등위의 이번 판정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전체이용가’인 리니지는 하나의 아이디로 모두 접속할 수 있지만 향후 사전심의의 결과에 따라 차등 등급을 받을 경우 연령별로
아이디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 두개 게임이 별도 등급을 받더라도 게임 제공에는 문제가 없다.
때문에 리니지 등급판정을 둘러싼 영등위와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업체간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