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성 BW는 기업의 전유물인가?
두산 그룹의 특혜성 BW를 통한 편법 증여 의혹
신주인수권부 사채
사채권자에게 사채 발행 이후에 기채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미리 약정된 가격에 따라 일정한 수의 신주 인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이다. 자신에게 부여된 신주인수권을 가지고 주식시가가 발행가액보다 높은 경우 회사측에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런 특혜성을
가진 신주인수권부 사채가 두산 그룹의 편법증여와 관련, 수면위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거기다 수면아래 잠긴 그 몸체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 거대하고, 부정적이다. 대다수 소액주주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것이다.
의혹1. 왜 특혜성 BW를 발행했나?
두산 그룹은 99년 7월 자금조달을 이유로 유로시장에서 해외공모발행으로 BW(신주인수권부 사채-Bond with warrant)를 발행했다.
그런데 이 BW는 발행되자 마자 분리(사채와 신주인수권이 분리되는 분리형이었다)되었고, 불과 몇일 사이인 7월19일에 전체의 68.7%에
해당하는 1,630,247주를 박용곤 등 두산의 지배주주 32명이 신주인수권만을 장외 매입 하였다. 행사가 조정 조항이라는 특혜성 옵션을
붙인 BW를 발행한 목적에 대해 두산 그룹 박용성 회장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BW를 붙여주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발행했다”고
해명하였으나, 99년 당시 발행되자마자 사채와 신주인수권이 분리되었던 것으로 보아 그 말은 신빙성이 없다. 이는 두산 그룹이 실질적인 자금조달을
위함이 아닌 신주인수권 만을 취득하여 지배권 확장 및 지배권 상속을 노린 것이라는 참여 연대 측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의혹2. 경영권 이양을 위한 편법증여?
99년 7월19일 동양종금을 통해 신주인수권 975,951주를 매입했던 박용곤, 박용오, 박용성 등 지배주주 일가 3세는 9월3일 보유
중이던 주식 중 884,578주를 처분하였고, 그 중 849,387주를 박정원을 비롯한 4세들이 취득하였는데, 이는 신주인수권을 취득한지
겨우 한달 보름 만에 일어난 거래이다. 거래내역이 신고된 보유변동 보고서에는 신주인수권의 거래가격이 기재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 특혜성
신주인수권은 가치가 항상 플러스를 유지하도록 보장되어 있어 소액주주들에겐 악영향을 미친다. 예들 들어 주가가 5만1천원에서 1만원으로 떨어지면
행사가(신주발행 요청시 구입가격)가 1만원으로 낮추어졌다가 후에 주가가 다시 상승하여 2만5천원이 된다 할지라도 행사가는 1만원에 머물게
되어 있다. 이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게 되면 그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좋은 조건이다. 더욱 의혹이 되는 것은 특혜성 조항이 붙은 신주인수권이
아닌 사채권 만을 인수한 인수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 때문에 사채에 대한 이자율은 일반적인
회사채보다 낮다. 두산에서 신주인수권만을 인수했기 때문에 사채권 만을 인수한, 그것도 낮은 이자율만 보장된 사채를 인수한 인수자가 누구인지
혹시 두산 그룹의 계열사 중 한곳에서 인수하지는 않았는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3. 불공정거래, 불성실 공시?
참여연대에서 금융감독원 보관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BW 발행 공시를 한 7월12일 직후인 13일부터 20일까지 자사주 909,630주를
장내 매각하였고, 일반투자자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것은 7월15일 발행한 BW의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 조정 조항(Refixing
Clause)이 공시되지 않았고, 주가하락에 따른 1차 행사가격 조정으로 발행주식 물량이 늘어났음이 확인된 10월18일 이전이어서 일반투자자들은
BW의 주식가격 하락에 따른 행사가 조정 조항으로 인해 발행주식 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과 그로 인해 주가상승 장애요인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두산㈜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이에 두산 그룹은 “행사가 조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이사회의사록 사본을 첨부하여 공시”하였다고 해명하였으나, 발행공시 본문에는 물론,
첨부된 이사회의사록에도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 조정 가능성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주가하락에 따른 행사가 조정
가능성은 당시 BW 발행공시의 가장 중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투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는 형태로 공시되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적인
공시 기피, 즉 불성실 공시라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행사가 조정 조항(Refixing Clause)은 엄청난 특혜를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행사가격이 230만주를 취득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액면가까지 가격이 떨어질 경우, 2300만주의 발행권을 가지게 되는 것과 동일한 옵션이다. 결국엔 리픽싱 옵션을 가진 사람이 회사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터무니없는 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다면 어떠한 외부주주도 리픽싱 옵션이 붙은 주식을 사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예외인 듯 부지기수로 발행되어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사항을 알고 있으나,
너무 많이 발행되어 있어 손을 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에 와서는 행사가가 30%까지만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생겨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두산 그룹의 한 관계자에게 해외공모 발행된 BW를 67%나 인수하게 된 경위를 물었으나, 대답은 '팔리지 않는 주식을 그냥 놔둘 수 없어서'였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두산 그룹의 박용성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투명성을 솔선 수범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신주인수권 거래가격과 분리된 사채권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인수하였는지, 그리고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사회의사록을 공개하여 정당한 의사표시를
해야 할 것이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