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가 똥마가 될지, 금마가 될지…?
재심의 요청 준비하는 은마 아파트 주민들…
“재건축사업승인을 득하는
데만 3~4년을 잡고 있습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무소의 조합장 박대식(52)씨의 말이다. 지난 29일 안전진단 대상에서 탈락되어, 재건축
판정을 받지 못한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측은 재심의 요청을 준비중이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이른 아침부터 조합사무실에
모여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앞으로의 일어날 일들을 예견하는 듯 보인다.
“살던 집 팔아도 근처에 있는 다른 아파트를 살 가격도 되지 않는데, 그것이 투깁니까?” “그런 말 하는 사람들 여기 와서 한번 살아보라고
해요”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인다. 투기운운하는 소문은 다 언론에서 퍼트린 것이라며, ‘누가 보내서 왔느냐’고 따지듯 묻는다.
재건축 대상 40년 이상 추진
20년 이던 재건축 대상 규정을 40년으로 늘린다면,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반발이 무척 심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20세
이상 기혼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해 찬성이 72.5%인 반면 반대는 21.4%에 불과했다.
찬성이유로는 ‘자원낭비를 막을 수 있어서’가 61.1%였으며 아파트 수명연장이 26.1%, 재건축 남발에 따른 부동산 투기 예방은 11.4%등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적절한 아파트 재건축 평균연한은 현행 20년보다 훨씬 긴 34년으로 꼽았다. 시민들의 의견은 재건축 연한 연장에 찬성하는
쪽이 많았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박대식씨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20~30년 전에 지은 기술력과 현재의 기술력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입니다. 예전 아파트 건축 붐이 일 때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집들을 건축했었습니다. 콘크리트를 빨리 마르게 하기
위해서 화학 약품을 첨가하기도 했었습니다. 물콘크리트라고 해서 콘크리트가 마르면 물이 다 빠지게 되고 그 자리에 조금씩 틈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틈사이로 부식이 일어나게 되는 거죠… 사용강도도 지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80년대에 지은 집의 재건축 연한은 20년, 90년대에
지은 집은 30년, 2000년대에 지은 집은 40년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생각입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예전에 지은 아파트의
연한을 늘린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은마아파트 VS 강남구청
<제16차 강남구재건축안전진단위원회 심의 결과서>의 ‘은마아파트’에 대한 심의결과서에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사용상의 불편함은
일부 인정되나, 단지 전체를 전반적으로 검토할 때 신청사유 각호에 해당사항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주택건설촉진법시행령 제42조의 4 규정에
의한 정밀안전진단 대상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끝’의 내용으로 재건축 불가 판정을 결론짓고 있다.
이에 대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은 이렇다. “주민 전체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불가판정을 받았대도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연한 20년이
넘은 23년입니다. 그리고 재건축을 해도 세대수를 늘리지 않는 1대1 건축인데, 투기는 말도 안됩니다. 대치동 청실(79년7월 준공),
역삼동 개나리(80년 5월 준공), 삼성동 상아2차(81년 11월 준공) 아파트 등은 은마아파트 보다 나중에 지어진 아파트인데, 재건축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형평성의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라고 반박한다. 이런 주민들의 의견에 구청의 관계자는 ‘재건축안전진단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따를 뿐이라며 문제제기 자체를 꺼리는 눈치다.
H 공인중개사 사무소의 공인중개사 K씨는 은마아파트 관련 문제에 대해 “구청의 심의는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전혀 없습니다. 20년이 되지
않은 아파트라 할지라도 안전이 의심된다면 구청장의 판단 하에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고, 안전진단 후 재건축 판정이 날 경우재건축을 위한
절차가 시작됩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구청의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 소송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청실, 개나리, 상아2차 아파트
등은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고 말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측은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는 방안 등 법적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 있으며, 당장은 주민들이 거리 시위와
구청에 찾아가 궐기 대회를 열 계획이다.
재건축에 대한 여론은 그 연한을 늘려 자원낭비를 줄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하지만, 급매물로 인한 일부 투기꾼들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시각이 투기 의혹으로 확산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공인중개사 K씨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불가 판정에 대한 언론의 의견에 대해서도 ‘투기’가
아닌 ‘투자’라고 해야 옳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미 판정이 끝난 것을 번복할 수는 없는 것이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안전진단 판정에 대한 부분은 국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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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