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움직이는 이불
속 통치자
미국 대통령 부인들의 정치적 면모 파악한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민들은 대선 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주자들의 공식적 일정뿐 아니라 사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어 후보 부인들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는 실정이다.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때문에 아침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곳곳의 방송에서 연일
후보 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영부인이 대통령의 비공식 제1참모이자 대선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들과의 대담은 결혼생활,
자녀 교육, 내조법 등 다분히 사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녀들의 대외적 사회생활과 세계관 등에 대해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이러한
분위기에 반기를 들 듯이 케이티 마튼이 쓴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12명의 정치적 면모에 집중하여 가장 바람직한
영부인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레이디 버드 등 따끔한 비판자 역할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직 수행과 국가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도 하고 충실한 조언으로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정치에 대한 간섭없이 오로지 따뜻한 아내로서의 역할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정신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했던 부인으로는 우드로 윌슨, 프랭클린 루스밸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등의 부인들이 대표적이다. 해리 트루먼과 지금의 조지
W. 부시의 아내들은 남편에 대한 한결같은 믿음과 견고한 결혼생활로 정신적 위안을 준다.
훌륭한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는 사람 중 하나가 린든 존슨의 부인 레이디 버드다. “린든 존슨의 업적은 논쟁거리지만 레이디 버드의 업적은
확실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케네디 대통령의 망령과 베트남 전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했던 린든 존슨의 백악관
시절은 불안정했다. 실패를 두려워했던 그는 1964년 재선에 입후보하기를 주저했다. 그때 불안감에 떨고 있던 존슨에게 출마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장장 아홉 장에 달하는 편지를 써서 재선에 도전, 엄청난 표차로 승리하게 한 것이 그의 아내 레이디 버드다. 그녀는 남편의 업무에
대해 조언과 따끔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한 그녀가 있었기에 린든 존슨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었다.
이디스 윌슨, 과도한 정치개입으로 국익 손상
다른 퍼스트레이디들도 강력한 권력자였다. 앨리너 루스벨트와 힐러리 클린턴은 타고난 행동주의자이며 개혁가였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완가였다. 이 둘은 남편과의 관계가 일부 또는 전부 성(性)을 배제한 결합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신에 그들은 국정에 대한 더 큰 권한을
부여받았다. 앨리너는 미국 최초로 전당대회에서 대통령대신 대선 연설을 한, 힐러리는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퍼스트레이디였다.
재클린 케네디는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드골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도록 자신의 뛰어난 사교성을
이용했다. 박식한 지식으로 프랑스 역사를 프랑스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재클린을 보면서 드골은 “나는 이제 당신의 나라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케네디에게 말했다.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케네디는 기자들에게 “나는 재클린 케네디의 파리 여행에 동행했던 남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아내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퍼스트레이디의 과도한 정치개입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우드로 윌슨의 부인 이디스 윌슨이 그러한 예다. 그녀는 임기 말년 아픈 남편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했다. 백악관 문을 닫아걸고 정보흐름을 통제한 채 대통령이 서명할 문서 대부분을 자기 자신이 검토했다. 그녀는 정보 흐름을
통제하여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익에 손상을 입혔다.
현명한 영부인의 모습 기대
이들과 달리 해리 트루먼의 부인 베스는 역사상 가장 사적인 퍼스트레이디였다. 그녀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남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트루먼이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식과 첨예한 냉전, 한국전쟁 등을 무리없이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현모양처 베스의 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때로는 따끔한 비판자로서 때로는 정신적 위안자로서 대통령들의 아내 역할은 크다. 그녀들의 가장 솔직하고 정직한 조언은 남편들이 올바른 정치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리처드 닉슨과 지미 카터 등은 이러한 아내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기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사퇴했고 카터는 이란 인질구출작전의 실패로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이들이 조금만 더 아내들의 조언에 귀기울이고
받아들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권력의 최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대통령 후보자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자 케이티 마튼도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 뒤에서 숨은 권력자 퍼스트레이디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통령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후보자 아내들의 역량과 자질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프란체스카, 공덕귀, 육영수, 홍 기, 이순자, 김옥숙, 손명순, 이희호 다음에 이름을 올릴 영부인이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 간 안 내 |
정설로 기후의 반란 평년에 영화 포스터로 |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