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생명력은 뫼비우스의 띠인가?
건전성 대폭 강화 불구, 다단계 카드모집 처벌규정 없어
얼마 전 은행 겸영 및 전업 카드사들이 현금 대출 비율을 줄여나가지 못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대거 주의성 경고를 받은 일이 있었다. 위험 수위에 달해 있는 가계 대출과 관련해 카드사로까지 억제 대책이 확대되었기에 요즘 카드사들은
다른 통로로 떨어진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할 것이다.
대출업무 비중을 50% 이하로.
당국의 억제 대책의 골자는 카드사의 대출 업무 비중을 50%이하로 줄이는 직접적인 규제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카드사들이 대거 주의성 경고를
받은 이유가 바로 2004년 1월부터 시행될 현금 대출 업무를 50%로 줄이는 계획에 앞서 2003년 말까지 적용될 ‘스스로 세운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축 계획을 지키지 못한 7개사는 전업 카드사 중 국민, 외환, 현대 3개사이고, 카드 겸영 은행은 조흥,
서울, 국민, 농협 등이다. 이러한 당국의 규제에 대해 박상수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21일 신용카드학회 정기세미나에서 ‘현금대출 축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초고금리 사채에 의존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아 수많은 개인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 때문에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의 자율기능과 건전성 규제강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하기도 하였는데, 비현실적인 규제로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다단계 카드모집 처벌 규정 없어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금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무분별한 카드 발급의 한 원인이었던 신용카드 모집인의 등록을 법제화하기 위하여 신용카드
회원모집인의 등록제 실시와 신용카드 회원을 보호하기 위한 약관의 서면교부 의무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이 8월에 입법예고(2002년
4월 실시 예정이었음.) 된 바 있으나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문제의 내용은 바로 다단계 방식의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있어
‘규제’가 아닌 ‘허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전법 개정안 제14조 제3항 ‘약관서면교부’에 관한 단서조항에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에 의해 신용카드, 직불카드를 발급하는 경우에는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 제7조 및 제 16조를 우선해 적용한다’는 내용이 삽입됨으로서,
사실상 다단계 방식의 신용카드회원 모집이 가능해 졌다. 또한 여전법 개정안 제14조의2는 신용카드사와 카드회원모집에 관한 업무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의 임직원의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에 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함으로서, 다단계 판매업자와 신용카드사의 제휴를 통한 카드회원 유치가
가능해졌다. 거기다 모집인 자격 기준을 위반할 경우 처벌 기준이 없어,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반발로 법안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시행령이 내려질 시기까지 ‘다단계 신용카드 회원모집’에 대한 규제는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인 것이다.
사람 좋은 것도 흠이 되는 세상
재미있는 사실은 국가의 법이 카드사를 규제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돕게도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 어이 없이 고통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개인워크아웃’ 제2호 신청자인 H씨(여. 23세)이다. 그녀는 지난 2001년 12월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친구에게서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세상물정 잘 모르고, 서울에 와서도 줄곧 간호사로 한 곳에서만 열심히 일하던 H씨는
쉽게 거절을 못하고, 현금서비스로 2~300만원 가량을 빌려 주었다. 그 후 또 빌려주지 않으면, 돈을 갚지 않고 도망가겠다며 협박을 하기
시작하여, 회사로 집으로 끊임없이 전화를 하는 등의 회유 끝에 결국엔 H씨 명의로 7개의 카드를 만들게 하여, 현금서비스와 대출 그리고
물품구매 등으로 2천만원 가량의 카드빚을 지게 만들었다. 다행히 H씨가 근무하는 병원 원장님의 도움으로 고향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하였으나,
돈을 갚지 않고 형을 살겠다는 ‘황당한’ 선택으로 카드빚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 일이 터지고 난 후 가까운 원장님에게만 알린 H씨는 또다시 원장님의 도움으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었다. 카드빚 2천만원에 연체이자가 500만원이상 불어난 상태에서도 ‘이제는 마음이 편안하다’는 H씨는 “사람은 올바르고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 좋은 길이 열리게 되므로, 현재의 상황에 좌절하지 말고 잘 극복하길 바란다”며 자신과 같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위해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 신용불량자로 등록되어 원금 회수가 불가능할 때 카드사들은 그들의 부채를 신용정보회사에 원금의 5~10%로 팔아 넘기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신용불량자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으로 적어도 원금 회수가 가능해진 각 금융사들에게 ‘개인워크아웃’은 오히려 득이 되는 제도이다.
더 많은 신용불량자를 구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한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 및 고등학교에서 ‘건전한 신용카드 사용법’이 교양강좌와 특활시간에 포함될 예정에 있다. 젊은 층의 무분별한 카드사용을
막기 위함이다. 같은 맥락으로 추후 각 카드사와 ‘개인워크아웃’제도의 고마움을 느끼게 될 미래의 신청자들에게 있어 주지해야 할 사항은 양쪽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편법을 쓴다거나 하는 얄팍한 욕심을 거두는 것이다.
인 터 뷰 -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기획홍보팀 김승덕 팀장 |
‘개인워크아웃’이라는 |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