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승복한 정몽준, 설악산 구상은?
정,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요구’ 노 후보, ‘부정적’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이후 노무현 후보 지지율이 상습하면서 대선 정국은 盧-李 양강 구도로 급속히 개편되고 있다.
한편, 선거운동 공조 등을 약속한 정몽준 대표 측은 단일화 승복 이후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노무현 후보에게 요구하고 나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대선 정국에 盧·鄭 연대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단일화 여론조사 박빙의 승부
갑작스럽게 단일화 여론조사를 발표한 지난달 25일, 각 방송사의 속보에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본 여론조사 결과 발표 전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히려 정 대표에게 유리하게 나타났다. 문화방송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경쟁력 부분에서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하면
자체조사 결과 노무현 대 정몽준이 38.9대40.6”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39.1대39, 국민일보 36대36.8, 동아일보
38.9대39.7, 또 중앙일보 44.3대45.3, 한겨레 45.7대44.5, 한국일보 45.7대46.5%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단일화여론조사
결과는 46.8%대42.2%로 노후보가 정후보를 4.6% 포인트 차로 제치고 단일후보로 확정 됐다.
‘깨끗한 승복’ 정몽준 대표 행보 주목
정몽준 대표는 패배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노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결과에 승복했다. 여론의 그의 단일화 승복에 대해 새 정치의 이정표를 세운 신선한 결단이었다고 박수를 보냈다.
25일 단일후보 발표 11시간만인 오전 11시 국회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향후 선거 공조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회동에서 양측은
정치개혁을 위한 정책조율과 선거공조를 위한 협의를 오늘 오후부터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노 후보는 “정 후보가 역사적 결단을 내렸다. 국민이 정치를 보면서 이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감사의 표시를
했으며, 정 대표는 “한나라당이 바라는 것은 정권교체이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인데, 새로운 정치는 정권교체를 포함하며 세상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라며 “노 후보가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대표는 그러나 노 후보의 선대위원장직 제의에 대해 “당 대표로서 다른 당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당무회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정몽준 대표의 패배로 국민통합21 당직자들도 깊은 시름에 빠졌다. 단일화후보 발표이후 당사에는 주요 당직자들은 물론, 중.하위 당직자와
자원봉사자들도 이날 아침 늦도록 당사에 나오지 않았다.
국민통합21은 정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해 급조된 정당이다. 따라서 당장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대표가
당의 유지, 확장에 강한 뜻을 피력한 데다, 합당의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할 경우 양당 합당은 자연스런 기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정 후보는 일단 선대위원장으로 12.19 대선을
치른 뒤 이후 행보를 심사숙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하면서 `대선 이후 공간을 탐색할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정 대표가 `차기를 겨냥한 행보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 스스로는 `차기를 배제한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혔지만, 단일화 결단을 내린 것도 “지더라도 깨끗한
이미지만 유지하면 차기를 기약할 수 있다"는 측근들의 조언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몽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요구
25일 노 후보와의 회담이후 정 대표는 가족들과 함께 설악산으로 휴식을 떠났다. 국민통합21 관계자는 정 대표가 설악산에서 향후 민주당과의
대선 공조 수위 등 향후 행보에 대한 구상을 할 것으로 전했다.
양당은 26일 후보단일화 이후 첫 정책협의회를 열어 대선 공조방안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국민통합21 측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요구했다. 따라서 정 대표의 요구는 양당이 논의 중인 선거공조 및 대선 이후 연대의 방향과 속도는 물론 성사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새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이날 설악산에서 “이번 대선에선 개헌론이 쟁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25일 노 후보와 만났을 때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을
2004년 5월, 17대 국회가 개원할 때 발의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에 따르면 노 후보는 이 제안에 대해 “권력분산형 개헌은 2007년에 한다는 게 우리당의 입장"이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후보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07년엔 개헌을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노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것이냐’라는 질문엔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개헌추진을 선대위원장 수락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민통합21의 전성철정책위의장은 “양당간 공조를 위해선 국민통합과 정치개혁이라는 단일화 정신을 담아낼 제도적 틀이 필요하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분권형 개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국민통합21 쪽이 요구한 분권형 대통령제 공약 반영에 대해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변인은 “양당이 개헌의
입장차를 놓고 논의하겠지만, 논의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통합21 내부에서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백지화하고 정몽준 대표의 대선후보 등록을 강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런 단일후보 합의 불복 기류는 정 대표의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 집중적으로 조성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통합21의 정미홍 홍보기획단장은 26일 “2차 협상단 인책과 함께 어떤 이유를 동원해서라도 정몽준 대표의 대선후보 등록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사실상 노무현 후보로 대선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한 합의에 불복하자는 내용인데다, 최근 정 대표 분권형 개헌 문제를 거론한 점과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