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크리스마스를 뒤엎는 크리스마스 소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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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똑같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 산타클로스와 스크루지 이야기가 싫증 난다면 크리스마스를 다룬 이색 소설들을 만나보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의 단편 ‘벽-크리스마스 콩트’에는 옆집 여자가 죽어버린 줄도 모르고 짝사랑에 괴로워하다가 자살하는 어느 고독한 청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축복과 평화’의 크리스마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절망적 분위기는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새로운 자각을 가져다준다. 크리스마스를 뒤엎는 소설이 역설적으로 크리스마스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유명 유럽 작가들의 블랙 판타지들을 모은 단편집 ‘크리스마스의 악몽’(알퐁스 도데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8,500원)은 크리스마스 시기에 신문에 발표된 엽기적이고 냉소적인 크리스마스 단편들을 모았다. 영화 ‘스모크’를 좋아한다면 원작소설 ‘오 기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폴 오스터 지음 / 열린책들 펴냄 / 8,500원)를 읽어 볼 것.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잘 표현하면서도 상투적이지 않은 독특한 소설이다. 올 크리스마스의 최고 대작은 역시 ‘크리스마스 건너뛰기’(존 그리샴 지음/ 북@북스 펴냄 / 7,500원). 범죄도 법정도 나오지 않지만, 그리샴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은 여지없이 확인된다. ‘크리스마스 상자’(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 이레 펴냄 / 7,000원)는 환상과 미스테리가 얽힌 이 시대의 크리스마스 고전이다. 크리스마스를 예수의 탄생이라는 종교적 의미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예수의 일기’(노먼 메일러 지음 / 민음사 펴냄 / 8,500)를 권한다. 예수의 삶을 인간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한 명작이다 | |||
화제의 새책 / 탁자 위의 세계 | |||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 하유진 옮김 / 지호 펴냄 / 15,000원 문학과 저널리즘을 연구한 미국인 작가 리아 헤이거 코헨은 어느 일요일 아침. 보스턴의 한 카페 탁자 위에 놓인 커피가 담긴 유리잔과 신문을 보다 궁금증이 생겼다. ‘누가 이런 것을 만들었지?’ 이 사소한 물음이 커피와 유리와 종이의 역사를 꿰뚫는 탐구작업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일상에서 매일 만나는 커피와 유리잔, 신문을 현대 문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설정하고, 세 명의 주인공들이 이 세가지 코드와의 관계를 추적한다. 주인공들은 각각 벌목꾼과 유리회사의 직원, 멕시코 커피 농장의 노동자이다. 소설의 외관을 가진 독특한 구성을 좇다보면 일상의 사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게 된다. 물건의 신화적 기원과 세계적 네트워크의 역사는 물론이고, 현대사회의 수요와 공급, 장소와 시간, 노동과 소비의 의미 등 광범위한 내용을 시적인 문체에 담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 |||
<현산어보를 찾아서> 이태원 지음 / 청어람미디어 펴냄 / 23,000원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형이자 천주학자로 유명한 정약전의 ‘현산어보’는 1814년에 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이다. 그동안 생물학적 탐구가 별로 없었던 이 책이 이번에 현직 고등학교 생물교사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사투리, 요리법, 속담에서부터 정약전의 행적, 동생 약용과의 교류 내용, 당시 실학자들의 세계관과 자연과학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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