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수정 기자] 주한미군이 4월26일 전격적으로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한미는 이날 X-밴드 레이더(AN/TPY-2)·발사대·요격미사일 등 사드 체계의 핵심 장비들을 부지 안으로 기습 반입했다. 이에 따라 사드는 5월 초부터 본격 시험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당초 정부가 밝힌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됐다는 점에서 사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사드 배치 시작
레이더·발사대 등 핵심장비 기습 반입
국방부는 4월27일 한·미가 이미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를 시험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발표한 지 9개월 만에 사드의 실전 운용이 가능해졌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수일 내 가동할 것'이라고 밝힌 의미에 대해 "어제 발사대 일부와 교전통제소, 레이더 등 일부 전력이 배치됐다. 이런 것들을 연결해서 초기 작전운용능력을 구비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체계가 수일 내에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스 사령관은 사드 체계의 정상적인 작전운용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험운용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변인은 '오늘부터 정상가동 된다고 봐도 되는가'라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가동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며 "장비들을 연결해서 체계 간 세팅을 하는 과정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부터 북한이 미사일을 우리 영해 쪽으로 쏜다면 사드를 가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작전운용을 구비한다고 얘기한 것은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고 답했다.
사드 1개 포대는 크게 네 가지 장치로 이뤄져 있다. X-밴드 레이더(AN/TPY-2), 발사대(Launcher), 요격미사일(Interceptors), 발사통제장치(Fire Control) 등이다. 한·미 군 당국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반입 장비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사드 포대운용에 필요한 핵심장비들은 대부분 공여부지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전격 단행한 것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장비들을 사드 부지 안으로 옮겨놓으면 쉽사리 빼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알박기'를 노골적으로 시작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빅딜 설'이 제기되며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전격 배치를 통해 당초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공여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부터 전격적으로 반입한 데다 지역 주민 및 정치권 일각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사 전문가는 "사드 부지가 미군 소유가 된 순간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돼 있다"면서 "이미 미군 주도로 사드 장비가 부지 안으로 반입된 마당에 국방부가 나머지 절차들은 준수하겠다고 강조하는 것은 하나마나 한 소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드 배치, 미국의 전쟁놀이"
시민단체는 4월26일 주한미군이 성주골프장에 사드 배치를 강행한 것과 관련,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처럼 명백한 불법반입"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도둑같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스스로 사드 배치에 불순한 목적이 있음을 방증한다"며 "불법 반입한 사드 설비는 즉각 철거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사드 배치 같은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근거와 절차, 결정권자는 누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드를 배치한다는 어떠한 한·미 정부 간 공식적 합의문서가 없음은 이미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대선 후보들에게 "성주와 김천의 주민들을 만나 사드 배치의 불법성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미국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을 주문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성명을 내고 "사드가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남중국해의 패권 경쟁에서 신냉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미국의 전쟁놀이에 한반도가 전쟁터로 전락하고 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움에 처하는 매국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 당국은 사드 장비 불법 반입과 주민들에 대한 폭력 탄압에 대해 사과하고 사드 장비들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도 성명을 통해 "불법적·비민주적·폭력적인 사드 배치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사드 반입과정은 그야말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했다"면서 "80개 중대, 1만여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돼 사드 배치를 몸으로 막으려던 지역 주민과 종교인, 평화활동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역시 "사드 배치는 동아시아와 한반도 평화를 저해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행위"라며 "사드는 북한의 공격에 대한 한국의 군사적 방어무기로써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기습 배치를 규탄한다"며 "사드 배치는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