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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50% 가까이 기부 경험 없다”
없는
자에게 더 가혹한 겨울.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수 없이 많은데 다가서는 손길은 너무 적다. 시청 앞 사랑의 온도계의 눈금은 며칠 째
같은 자리다. 내년 1월말까지 성금 목표액을 677억원으로 잡아, 그 1%인 6억 7,700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가는데, 비등점까지
끌어올리기는 애시당초 글렀다는 소리가 들린다.
작년 한 해 한국인의 기부지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년 한 해 1인당 평균 5만1,775원을 기부했다. 유한킴벌리와 비영리 공익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상증)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세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2001년도 한국인의 기부지수를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여기에는 종교단체에 기부한 것은
제외됐다.
이 조사에 의하면 자선적 기부경험이 있는 사람은 52.6%에 불과했다. 기부자를 보면 가정주부가 24.7%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직장인이 18.5%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소득별로 따졌을 때는 49만원 이하의 저소득자들이 40.6%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19.8%에 지나지
않았다. 부자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기부를 한다는 뜻이다. 연령별로는 40대의 기부액수가 많은 반면 20대의 기부액수는 현저히
적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부행동은 한마디로 대단히 비정기적이다. 응답자의 81.8%가 비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추구하고 있으며, 민간의 자선적 기부금을 재정적인 원천으로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회복지단체와 자선기관들에게는 상당한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의 나눔운동
한순간의 연민과 동정에 의한 기부보다는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기부가 필요한 실정이다. 아름다운 재단이 펼치는 ‘1% 나눔운동’은 바로 여기에
부합된다. 아름다운 재단에는 구두를 닦으며 근근히 삶을 이어가는 구두닦이 아저씨가 수입의 1%를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보내오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연은 수도 없이 많다. 성공한 CEO들도 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11월2일부터 청와대도 이 운동에 함께 하고 있다.
가게 이익의 1%를 기부하는 나눔의 가게는 서울지역 52곳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110군데가 넘는다. 이 가게들의 면면을 보면 분식집도 있고,
서점, 이발소, 카센터 등 다양하다.
비단 금전만 기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일러 수리, 미용기술, 요리능력, 홈페이지 제작 등 자신이 가진 특별한 기술과 능력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이나 예술인들은 ‘끼 1%’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재단의 행사를 돕고 방송이나 공연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눔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것은 2000년 11월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국 등 서구에서는 그 역사가
깊다. 특히 대기업들이 나서서 이런 문화를 조성하는 분위기다. 우리 기업 중에서도 이 같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일회적이고
선심성 자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