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천국으로 오세요
안흥찐빵에 맞서 단호박찐빵 개발한 조희천, 조명진 부자
찬바람이 불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과 잊지 못할 맛이 있다. 훌훌 불며 떠먹는 국거리나 군고구마도 제격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 풍광과 딱 맞아 떨어지는 찐빵이
단연 으뜸이다. 뜨거워서 이손 저손 옮겨쥐다 한입 베어물면 자칫 혓바닥을 데곤 하는 것도 하나의 추억거리로 남는다. 그래서 요즘같은
추운 날씨에 눈이라도 내리면 맛있는 찐빵집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 횡성의 그 유명한 ‘안흥찐빵’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나선 부자(父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복고 분위기로 인기 상승
우리 민족이 즐기는 찐빵의 시원은 중국이다. 중국북부지역 황하강 유역에서 3000년 전부터 재배된 밀은 쌀 등과 함께 중국인들에게는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였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밀의 70∼80%는 찐빵과 면류로 소비된다. 흔히 중국에서 ‘만쥬(Mantou)’로 일컬어지는 찐빵은 중국북부지역민들의
주된 먹거리다. 중국에서 찐빵을 먹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BC 206∼AD 24)이후 부터로 기록돼 있으며 밀가루를 반죽하고 발효시킨
뒤 끊는 물 위에서 증기로 쪄서 만든다고 한다.
원형 또는 막대 형태의 찐빵은 희고 부드럽고 반짝이는 광택을 가지며 향은 구수하다. 먹는 느낌은 조직속의 기공에 따라 다양하다.
전통적인 찐빵의 재료는 밀가루와 물을 주원료로하며 경우에 따라 소금과 설탕이 가해지기도 한다. 대부분 찐빵은 미리 준비한 ‘스타터(Starter)’또는
‘샤워 도우(Sour Dough)'를 신선하게 준비해 만든다. 반죽이 발효된 후에 시큼해지는 이유는 스타터나 샤워 도우에 존재하는 락토바실러스
속 유산균에 의한 발효 부산물, 즉 유기산 등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잘 발효된 스타터는 맛좋은 찐빵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 하겠다.
일반적인 찐빵의 제조 공정은 반죽의 배합, 발효, 중화, 정형, 부풀리기(Proofing)와 증자(Steaming)의 단계로 구분된다.
이러한 찐빵의 제조공정 및 반죽의 배합률은 먹는 이들의 기호와 시대성 등에 따라 조금씩 변화돼 왔는데 횡성의 안흥찐빵도 그 예중의 하나다.
어렵던 시절 밀가루를 재료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만들었는데 특히 막걸리를 촉매로 속성 발효하여 만드는 찐빵이 복고적 분위기를 타면서
더욱 인기다. 특히 영동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서울- 강릉간 국도로는 필히 통과해야 하는 중간지점이었고, 영동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는
교통량이 줄어들어 전통적 시골장터가 형성됐다. 재래식 안흥찐빵은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지게 됐다.
암예방에 탁월한 호박
호박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인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이 거론됐으나 중남미에서 원주민 유적에 대한 연구결과 신대륙을 기원으로 단정하게
됐다. 분포가 가장 많은 지역은 멕시코와 중미인데 11종으로 분류된다. 재생종은 5종이고 그 중 전세계에 널리 재배되고 있는 것은 3종류다.
야생종은 신대륙에만 분포한다.
호박은 여러 가지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행해진 역학조사에 따르면, 황색채소는 폐암, 식도암, 위암, 방광암,
후두암, 전립선암의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로틴(carotene)의 섭취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악성 종양의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이 밝혀졌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오랜 흡연 경력을 가진 사람이 많은 뉴저지주의 남성집단에서 황색 호박은 폐암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는
채소(호박, 당근, 고구마)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 세가지 채소를 가장 적게 먹는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은 가장 많이 먹는 사람들의
약 두배였다. 그러나 폐암의 위험이 가장 낮았던 사람과 높았던 사람의 차이는 하루에 호박, 당근, 고구마중 한가지를 반컵정도 먹는가,
아닌가의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이전에는 비타민A의 공급원으로만 기대됐었던 카로틴이 암 예방과 상관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연구결과가 보고됨에 따라 카로틴의
함량이 높은 호박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겨울철에 호박을 많이 먹으면 중풍예방효과가 있고 감기에도 걸리지 않으며 동상도 예방을 할 수 있다. 이것은 호박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A의 약리작용 때문이다. 산후부종 및 신장기능 강화에도 효능이 있어 호박을 삶아 그 물을 마시면 몸에 부기가 빠지고 소변을
시원스럽게 볼수 있다. 이것은 호박의 이뇨작용 때문이다.
이 밖에도 통증을 가라 앉히는 소염작용, 해독작용, 통증 완화작용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과 찐빵의 환상적 만남
업그레이드 된 강원도의 대표적 찐빵으로는 이미 옛날 찐빵의 명성을 잇는 안흥찐빵과 강원도 대표적 농산물인 옥수수를 이용한 옥수수찐빵,
메밀꽃 필무렵의 고장 봉평(평창)의 메밀찐빵이 있다. 여기에다 최근 공근면 초원리(횡성) 조희천, 조명진 씨 부자가 호박찐빵을 개발하여
명실상부한 찐빵천국이 되었다. 그야말로 강원도는 찐방백화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이 단호박 찐빵을 만들어낸 사연은 재밌다. 처음에는 농협에서 지역 특산물로 판매되고 있는 호박 분말을 이용하기도 했고, 다른 견과류를
갈아서 첨가 했었다. 그러다 기왕이면 자신들이 2000여평 밭에 심은 단호박을 활용한다면 주변 타 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단다. 선한자에게 하늘이 복을 내렸던 것일까? 이렇게 반죽과 소(단팥)에 40%이상을 첨가한 생호박 성분은 기가 막힌 맛과
향을 냈고, 약간 식은 뒤 쫄깃거리는 미각이 오히려 더 좋다는 손님들도 있으며, 밀가루 음식에 민감한 사람에게도 소화가 잘 된다는 호평이
났다. 이제는 당뇨에도 좋다며 소에 단팥대신 아예 호박만을 넣어서 만들어 달라는 특별 주문까지 쇄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인근 농가에서
생산하는 호박 전량을 구매하여 찐빵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조 씨 부자의 작은 행복을 IMF한파로 힘들어 하고있는 우리나라 농촌의 모든 농민들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하는 것이 돌아서는 기자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문의 : 033)344-3117
강원지역본부 / 김승호 기자
Interview | |
단호박 찐빵의 고유한 맛을 지키겠다는 조명진 씨 단호박찐빵 만들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