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강한 청와대를 만들겠다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고위 참모진 인선이 지난 10일 확정 발표되면서 이제 실질적으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실무진들이 정권 인수작업을 바짝 조이는 모습이다.
특히 일하는 정부, 실용주의를 지향한 이 당선인의 구상은 이번 청와대 수석 인선결과에서 여실히 묻어났다. 먼저 이 당선인은 이날 새정부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에 김병국 고려대 교수를 내정했고, 경제수석에는 김중수 한림대 총장을, 사회정책수석에는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를 각각 인선했다. 또 신설된 교육과학문화수석에는 이주호 의원을, 정무수석에는 박재완 의원을 각각 발탁했다.
민정수석은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 국정기획수석은 곽승준 고려대 교수를 인선했으며 청와대 대변인엔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을 기용함으로써 유우익 대통령실장과 김인종 경호처장을 포함해 1실장 1처장 7수석 1대변인 체제의 청와대 핵심 진용을 모두 확정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첫 청와대 참모진을 꾸리면서 재야-시민단체 인사들을 등용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청와대를 꾸린 문희상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은 정치인 출신이었고,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해성 홍보수석, 박주현 국민참여수석 등은 재야에 묻혀있었거나 언론, 시민단체에서 조용히 활동해온 인사들이었다. 또 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박주현 국민참여수석과 송경희 대변인이 여성이었고 부대변인 겸 외신담당 대변인에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장관의 딸인 이지현 씨가 발탁됐었다.
현장 투입형 발탁
반면 이번 청와대 수석 인선의 특징은 곧바로 현장 투입 가능한 전문가들을 발탁한데 있다.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진 박재완 정무수석 내정자는 경남 마산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를 나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인수위 합류 후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주도하면서 이 당선인에게 신임을 얻어 차기 정부와 국회 간 가교역할을 하는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사회정책수석에 내정된 박미석 교수도 숙대와 미국 미시간주립대를 나와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대한가정학회 총무이사 등을 지낸 인물로, 언뜻 보기에는 시민단체 인사로 분류할 수 있으나 이 당선인의 서울시장 당선 후 시장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손발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핵심참모로 손색이 없다. 또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캠프에서는 보건복지와 여성, 보육분야 정책자문단에 포함되는 등 이 당선인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어 ‘현장투입형 발탁’이었다는데 이견이 없다.
국정기획수석에 내정된 곽승준 고려대 교수는 ‘MB 노믹스’의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이 당선인의 ‘정책 브레인’ 역할을 담당한 학자 출신이며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국제전략연구원(GSI)에서 유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와 함께 핵심멤버로 활동하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나들섬 남북공동개발, 한반도 선벨트 개발 등이 유 교수와 곽 교수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2002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호(號)’에 승선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대선 과정에서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을 담당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을 맡아 인수위의 각종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경제수석에 기용된 김중수 총장은 청와대 경제비서관, 조세연구원장, KDI 원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김 내정자는 시장의 자율을 중시하는 합리적 시장주의자로 ‘MB 노믹스’를 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외교안보수석 내정자인 김병국 교수는 학계의 대표적 ‘미국통’으로 손꼽히며 소원해진 한미동맹을 복원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촌(仁村) 김성수 선생의 손자이기도 하다.
교육과학문화수석에 기용된 이주호 의원은 현역이지만 초선의원으로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공교육 정상화 등 새 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한 교육통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코넬대에서 수학한 그는 KDI교수와 교육부 교육정책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민정수석을 맡게 된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은 대선 때 ‘BBK 의혹’ 대처에 도움을 주면서 이 당선인의 신임을 얻었다.
홍보수석 기능까지 흡수한 대변인에 낙점된 이동관 현 인수위 대변인은 현직 언론인 출신으로 언론계에 다양한 인맥풀을 형성하고 있어 적격이라는 인선평이다.
이같은 청와대 참모진의 구성은 과거 장관급인 정책실장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실장-5수석-6보좌관 체제의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을 최대한 슬림화 한 것으로 최고 중에 최고를 뽑아 초정예 참모진으로 작고강한 청와대를 이끌겠다는 이 당선인의 의중이 묻어난 것이다.
화려한 경력과 학력
새정부 대통령실 수석들은 경력과 학력 모두 화려하다. 민정수석과 대변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석 내정자들이 미국 유명대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교수 등 학계 경력을 갖고 있다.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들 중 김중수 경제수석,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내정자는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머지 박재완 정무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내정자는 미 하버드에서 각각 정책학과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미국에서 가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조인 출신의 이종찬 민정수석, 언론인 출신의 이동관 대변인 내정자를 빼면 전원이 미국 박사 출신에 대학 등 학계에서 몸담았다.
이 당선인은 이날 이들을 일일이 소개하면서 “저와 함께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 있고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 내각에 비해 비교적 젊은층을 선택했다”면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모르겠으나 나와 함께 일하면 ‘두잉 베스트(Doing Best 최선을 다할 것)’는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52.6세(40대 3명, 50대 3명, 60대 2명)로 노무현 청와대의 첫 수석 평균 나이인 51.8세(40대 1명, 50대 9명)보다 약간 높았다.
이번 수석 명단에도 고려대와 이 당선인이 다니던 소망교회 인맥들이 두드러졌다.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교수로 재임중에 있으며 이종찬 민정수석도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현재 고려대 교수다.
또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숙명여대 교수 시절 서울시장 인수위원회에서 이 당선인과 인연을 맺은 소망교회 신도다.
이날 인선에서 최대 관심사는 막판까지 안개속에 있던 정무수석 인선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최종적으로 사회정책수석에 거론됐던 박재완 의원이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박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 합류 전까지는 ‘이명박 사람’이 아니었으나 정부조직 개편작업을 주도하면서 이 당선인의 신임을 얻었다. 이 당선인은 애초 박 의원을 사회정책수석에 기용하려 했으나 마땅한 정무수석감을 찾지 못하자 국회와 언론 관계를 두루 알고 있는 박 의원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영남출신 교수모임’이냐” 편중인사 논란
그러나 이같은 드림팀을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대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새 정부 초대 수석 비서관이 발표된 당일 각각 브리핑과 논평을 내고 “영남출신의 서울지역 교수모임”, “편중된 인사가 새 정부의 편향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라고 혹평했다.
이날 발표된 청와대 7개수석, 1대변인 내정자 중 5명이 영남출신인사로 채워졌고 호남, 충청, 강원, 제주 출신은 전무했기 때문. 우상호 대변인은 이명박 당선인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선에 대한 국회 브리핑에서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영남출신의 서울지역 교수모임”이라고 혹평하고 “영남일색으로 수석비서관을 구성한 것은 지역을 안배해온 관행을 완전히 배제한 인사로 최근 20년간 가장 지역색을 노골화한 인사로 비판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대학교수로 청와대의 진용을 짠것은 이분들의 학식과 경륜을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로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지나치게 국정이 아마추어적으로 운영되어 인수위에서 한 것처럼 설익은 정책들이 남발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불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었다.
민주당도 박찬희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편중 인사가 편향 정책으로 이어져선 안된다”라며 “이명박 정부 첫 인사의 편중된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7명 중 무려 5명이 영남 지역 출신”이라며 호남과 충청, 강원, 제주 출신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또 “수석비서관 6명이 교수 출신이고 특정 2개 대학 출신이 5명에 달하며 전공학문과 연령 성별 측면에서도 편중된 모습이 두드러진다”라며 “편중된 인사가 새 정부의 편향된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덧붙었다.
신당 측은 다음날에도 편중인사 공세를 펼쳤다. 신당 홍재형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조직이 바뀌면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실의 권한이 막강해지는데 인사를 보면 대부분 실무와 현장 경험이 없는 서울과 영남 인사들”이라며 “앞으로 인사정책의 방향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산에서도 서울과 영남에 편중하는 정책을 끌고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조치”라며 청와대 인선을 비난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MB효과’로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 등이 심화돼 경제악화가 불보듯 할 때에도 7% 경제성장 및 주가 급등을 장담했다”며 최근의 경제불안과 주가폭락을 비아냥댄 뒤,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내놓더니 인사 문제까지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이 당선인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를 뽑는다더니 전부 서울.영남지역 인사만 기용하면서 나머지 지역은 모두 기타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 인사들 중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없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는 그동안 온 국민이 심혈을 기울여온 지역균형정책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포기하는 것”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이같은 공세에 이 당선인 측은 “특정 지역과 학교에 편중됐다는 팩트(사실)는 잘못됐다”고 일축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지난11일 오후 삼청동 인수위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수석비서관 7명과) 대통령실장과 경호처장, 대변인을 포함하면 모두 10명”이라며 “김인종 경호처장은 제주 출신이며 김병국 외교안보 수석은 서울 출신이지만 전북에서 살았으며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도 대구 달성 출신이지만 아버지나 본인이나 서울에서 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인은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할 핵심 참모를 뽑은 것”이라며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는 과정에서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 대변인은 이날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견해를 가질 수 있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할 사람들로 능력, 국가에 대한 충성도, 국가관을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 짰다”며 “이 당선인이 내각 인선에는 국민 통합적 요소도 고려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전체 인선 과정은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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