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노무현 대통령 당선>
‘노사모’ 어디로 가나? 해체론·유지론·절충론 놓고 공방 가열 |
‘월드컵 4강에는 1,000만여명의 붉은 악마가 있었고, 노무현 당선에는 7만4,000여명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노무현 당선의 1등 공신이 된 노사모가 치열한 존폐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방의 내용은 크게 노무현이 당선된 만큼 조직을 없애야 한다는 해체론과 노무현의 정치개혁을 돕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유지론, 감시모임이나
현실정치 참여 등의 전환을 주장하는 발전적 해체론으로 나뉜다.
“권력화 우려된다” vs “개혁정책 전위부대로 남자”
논쟁의 시작은 노사모 홈페이지(www.nosamo.org)게시판에 해체론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노무현 당선 직후, ‘진정보수’라는 회원이
“노사모가 권력화할 우려가 있다”며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영삼 정권 때의 민주 산악회를 예로 들며 노사모의 사조직화를 경계한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노태우 정권의 ‘월계수회’. 김대중 대통령의 ‘새시대시정치연합청년회’등이 정권창출에 기여한 후, 선거 이후 정권의 요직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해체론의 요지는 파당 정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사조직이 공조직을 붕괴시키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으므로 애초에
예방하기 위해 흩어지자는 것이다.
다른 회원들도 “생업으로 돌아가자”
“박수칠 때 떠나자” 는 호응의 글을 올리면서 해체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구경꾼’은 “외부 시선은 노사모를 강력한 힘을 가진 이익집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노무현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1jmscedu’는
“노무현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지만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조용히 자기자리로 떠나자”며,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다음
대안은 제2의 노무현을 만드는 것이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노사모는 자신들의 순수한 뜻이 왜곡돼 정치세력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노사모는 노무현에 대한 애정으로 출발했지만,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된 만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기로에 선 것이다.
이러한 해체론에 맞서 “해체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유지론의 목소리도 높다. ‘촌장’은 “재벌과 족벌언론, 구시대적 정치인과 힘겨운 승부를
시작하게 될 ‘노무현 일병’을 지켜주자”고 말했다. ‘bluemode’ 또한, “노무현 당선을 끝으로 노사모가 해체되면 결국 그것은 사조직론을
입증하는 거다”며, “‘노짱’의 개혁정책을 지킬 전위부대로 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시·시민단체·정치참여’ 등 제안
해산론과 유지론이 맞서는 가운데 노사모 내부에서는 절충안이 점차 힘을 얻는 분위기다. 발전적 해체론자들은 일단 간판은 내리더라도 새로운
방식으로 정치개혁의 본 목적을 살리자고 제안했다.
‘JNKang’는 “현실에 부딪치다 보면 초심을 잃기 마련이다”며 “대통령 감시 단체로 남자”고 주장했다. ‘volcano838’은 “민주화초석이
되는 다른 방법들이 산재해 있다”며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하는 순수한 단체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일부회원들은 현실정치 참여를 촉구한다. ‘백두’는 “정치개혁을 원하는 정당에 가입해서 우리가 바라는 정치개혁을 이루자”고 호소했다.
노사모 운영진은 향후 진로를 대통령 당선자 취임식 이전인 내년 1월 중 회원들의 전자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노사모가 정치 변혁을 열망하는
시민의 상징이 된 만큼, 노사모의 진로 고민은 새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정치의 향방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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