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2 노무현 대통령 당선>
동·서 분할 여전…세대간 대결 뚜렷 투표율 70.2% 역대 선거 최저 |
16대 대통령
선거에는 전국 총유권자 3천499만1천529명 중 2천477만0천906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개표결과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천201만4천277표를
얻어 총 득표율 48.9%를 차지했으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1천144만1천116표(46.6%)를 얻는데 그쳤다.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3.9%의 득표율로 3위를 차지했고 이어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가 0.3%, 호국당 김길수 후보 0.2%,
사회당 김영규 후보가 0.1%의 득표율을 보였다.
노 당선자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수도권과 충청·호남 등 10개 시·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전국적으로 고른 득표율을 보여, 영남권과
강원도에서만 승리를 거둔 이회창 후보를 2.3%포인트(57만 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盧-수도권 압승, 李-영남, 강원 체면치레
노 당선자가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체 유권자의 46.9%가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낡은정치 청산’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안정적으로
득표한 데 힘입었다. 노 당선자는 이 후보를 상대로 서울에서 51.3% 대 45.0%, 인천 49.9% 대 44.5%, 경기 50.8%
대 44.0%의 득표율로 5~6%포인트 가량 앞섰다.
이번 대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 충청권에서도 노 당선자는 이 후보를 압도했다. 그는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의 갑작스런 지지 철회로 충청권에서
고전이 예상됐으나, 대전 55.1%, 충남 52.2%, 충북 50.4%를 득표해 세 지역에서 40% 안팎에 그친 이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지역 정서를 파고든 것이 주요 승인으로 판단된다..
반면 이 후보는 전통적 강세지역인 영남권과 강원 등 6개 시·도에서만 선두에 올랐다. 그나마 충청권과 함께 격전지로 꼽힌 부산에서는 66.8%를
득표해 예상치(70~75%)를 밑돌았고, ‘정몽준 효과’를 기대했던 울산에서도 노 당선자에게 35.2%라는 비교적 많은 득표를 허용했다.
노 당선자는 열세가 예상됐던 강원에서도 41.5%의 비교적 높은 득표로 이 후보(52.5%) 표를 잠식했고, 제주에선 56.0%의 득표로
이 후보를 16%포인트 차로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지역간 표결집 현상은 또다시 되풀이됐다. 노 당선자는 호남에서 90% 이상 표를 모으며
한 자릿수 득표에 머문 이 후보를 압도했고, 이 후보도 대구(77.9% 대 18.6%) 경북(73.5% 대 21.7%) 등에서 노 당선자를
큰 차이로 앞섰다. 결국 이런 현상은 지난 15대 대선처럼 전체 분포에서 노 당선자는 서쪽을, 이 후보는 동쪽을 양분하는 결과로 이어져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았다.
세대별 투표 성향 뚜렷
이번 대선의 특징 중의 하나는 세대별로 뚜렷한 투표 성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투표당일 이루어진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20, 30대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고, 50대 이후 유권자의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지지자가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40대를 기점으로 투표성향이 확연히 갈렸다.
대선의 전체 유권자 3천499만1천529명(부재자 86만7천476명 포함)를 연령별로 보면 20대 810만6천862명(23.2%), 30대
879만697명(25.1%), 40대 784만4천964명(22.4%), 50대 452만7천243명(12.9%), 60대 이상 572만1천763명(16.4%)
등의 분포를 보였다.
MBC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30대에서는 60.5%가 노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 정도에
머물렀다. 50대의 경우 노후보 28.4% 이후보 63%, 60대의 경우 노후보 35%, 이후보 64%로 2030대와 반대 성향을 보였다.
40대의 경우 두 후보 지지율은 44%대 46.6%로 비슷한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의 학력별 노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분포는 대졸 이상에서 50.1%대 40.2%, 고졸 이상에서 47.9%대 43.6%, 중졸
이하에서 34.5%대 56.3% 등이었다.
젊은층과 고학력층에서의 우세가 노 후보의 승리를 가져온 것이며 이는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5만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70.8% 투표율 역대 최저
이번 대선은 직접선거로 치러진 10번의 역대 대통령선거 중 가장 투표율이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최종 투표율은 70.8%로, 80.7%로 80% 선을 간신히 넘었던 97년 15대 대선은 물론 역대 최저였던
71년 7대 선거의 79.8%보다도 1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지역적으로는 광주(77.7%) 전남(76.2%) 전북(74.6%)의 순으로 높았고 인천(67.7%) 대전(67.6%) 울산(70.0%)
경기(69.5%) 강원(68.3%) 충북(67.9%) 충남(65.9%) 제주(70.0%)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다.
선거 전문가들은 우선 유권자들 사이에 만연한 정치 무관심이 투표율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사실 71년 7대 선거에 이어 16년 만에 직선제가
부활한 87년 13대 대선 때는 89.2%까지 투표율이 올라갔으나, 이후 92년 14대 81.9%, 97년 15대 80.7%로 줄곧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6월 13일 실시된 3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9%에 그쳤었다.
한편, 투표 하루전인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전격 철회한 것도 투표율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선거 전문가는 “정 표가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한 뒤 마땅한 지지 후보를 찾지 못한 정 대표 지지표와 부동표 일부가
투표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부재자
노 후보 지지율 높아
이번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2.5%에 달하는 부재자 투표자의 표심이 민주당 노무현 당선자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전체 부재자 투표대상자 86만7천476명 가운데 93.9%에 달하는 81만4천929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노 당선자는 61.8%에 달하는 50만3천371표를 얻었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7.7%인 24만17표를 얻었다.
두 사람의 부재자투표 득표 차이 26만3천354표는 노 당선자가 전체 투표에서 이 후보에 비해 앞선 57만4천여표의 45.9%에 이르는
것이어서 사실상 부재자 투표 결과가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부재자는 특히 사전에 투표했기 때문에 투표 전날 밤 이뤄진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지지철회’라는 투표 전날 밤 폭탄선언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전체 부재자 투표자에서 노 당선자가 압도적 우세를 보인 것은 또 부재자 투표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젊은층 유권자 덕분이다.
부재자 투표자의 약 67%에 달하는 군인들이 노 당선자에게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며, 대학생들의 대학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운동 등
자발적인 투표참여 움직임 덕택에서 서울대와 연세대, 대구대 등 3개 대학에 선거 사상 처음으로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 것도 노 당선자의 득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밖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와 하나로 국민연합 이한동 후보, 호국당 김길수 후보, 사회당 김영규 후보 등 군소후보들이 나머지 10.5%를
나눠가졌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