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대형로펌을 앞세운 한국타이어 측과의 치열한 법적공방전을 예고했다. 노동ㆍ종교계가 힘을 합쳐 피해자 유족을 돕고 있지만, 정작 정부ㆍ국민의 도움 없이는 대기업과의 싸움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미디어 대전>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정한 한국타이어에 맞서, 피해자 측의 소송자금 마련을 위한 공개 모금 활동에 나섰다.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는 이달 26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계를 비롯해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등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타이어 직업병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한타공동행동) 모임을 갖고 “한국타어어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동지들에 대한 소송자금의 공개 모금”을 공식 제안했다.
노동계, 종교계 등이 피해자 유족들을 위해 대기업과의 법적 소송전에 나선 발단은 다음과 같다.
지난 8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민사 63 단독)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 근무하다 폐암으로 2015년 1월 폐암으로 사망한 안일권 씨의 유가족이 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고(故) 안일권 씨에 대해 회사측이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핵심이었다. 사법부가 회사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당시 정재욱 담당 판사는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제조와 발암 물질 노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한국타이어는)고무흄 노출 누적 수치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무흄이란 고무 및 첨가제가 열을 받아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이 됐던 가스나 먼지·증기 형태로 방출되는 물질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고무흄은 국제암연구소(IRAC)에서 1급 발암물질로 관리되는 벤조에이피렌인 것으로 확인됐다.
1940년대부터 고무제조업은 높은 농도의 흄이나 유기용제에 노출되는 직무로 악명높았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1998년 보고서를 통해 고무산업을 그 자체로서 인체 발암성이 확실한 그룹으로 분류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국회 무소속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에게 제출한 ‘한국타이어 사망자 현황(08~16.1월)’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6년 1월까지 노동자 총 사망자는 46명에 달한다.
2008년 4명을 비롯해 ▲2009년 6명 ▲2010년 6명 ▲2011년 8명 ▲2012년 6명 ▲2013년 7명 ▲2014년 2명 ▲2015년 6명 ▲2016년 1명 등이다.
이들 사망 노동자의 사망 원인은 폐섬유증, 폐암, 비인두암, 뇌종양, 급성 심근경색, 다발성골수종, 신경섬유종, 급성 림프구백혈증, 간경화, 혈구포식림프조직구증 등 다양하다.
그러나 한국타이어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항소심을 위해 한국타이어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도 이들 사망 근로자 유족들의 법정싸움에 도움을 주기위한 성금 모금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박응용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 위원장은 “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들만으로 대기업과 투쟁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이제 한국타이어에서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가 발생하고 20여년 가까운 세월 침묵으로 일관했던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국타이어 산업재해 문제를 국제적으로 여론화 시키는데는 한국 네티즌들의 도움이 컸다”며 “이번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줄 것”을 호소했다.
한편 저명한 글로벌 언론매체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12월6일 “한국타이어, 은폐의 문화 위에 세워진 한국 산업계의 치명적 상황”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타이어 산재 피해자들과 노동자의 실상을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이같은 FT의 보도는 <일요주간>을 제외한 국내 언론에는 소개된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