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봄철 석 달을 발진(發陣)이라고 한다. 봄에는 천지가 모두 생겨나고 만물이 자라난다. 이 같은 봄철은 어떻게 건강을 챙겨야 할까. 봄철 섭생법에 대해 김진돈 한의학 박사(본디올 운제당 한의원장,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 대한형상의학회 부회장 겸 교수)를 통해 알아보았다.
느슨하고 편안하게
봄은 겨우내 얼었던 천지만물이 발동하여 만물이 소생하고 번영하는 계절이다. 땅속에 저장되었던 양기가 땅위로 솔솔 피어오르면 우리 인체 내부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계절적인 변화에 따라 인체 생리도 변화하는 것이다. 고로 봄에 나타나는 계절적인 특성을 잘 이해하고 이에 맞는 건강법을 지켜주어야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봄철 건강관리에 대해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뜰을 거닐고 머리를 풀고 몸을 편안하게 늦추어주며 마음을 유쾌하게 해준다. 생겨나는 만물에 대해서는 그 생장을 도와주고 죽이지는 말고 주기는 하면서 빼앗지는 말고 상을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봄기운에 호응하는 양생의 방법이다. 만일에 이를 거역하면 간을 상하고 여름에 철이 아닌 추위가 와서 자라나는 힘이 적어진다’고 했다. 봄에는 얼었던 대지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뭉쳐 있던 기운이 풀리는 시기다. 이때는 사람도 따뜻한 봄기운을 받아들이기 쉽고 만물이 생장하는 시기이므로 옷도 느슨하게 입도록 하고 머리와 몸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 먹는 음식도 제철에 나는 음식을 위주로 섭취하되 씀바귀나 쑥 그리고 냉이나 달래와 같은 봄나물을 많이 섭취 하는게 좋다. 또한 봄에는 기가 부족해지고 습(濕)이 많아지므로 기를 돋우기 위한 음식으로 삼계탕이나 인삼차 등을 권장할 만하다.
조반석죽 원칙 지켜야
특히 봄철의 평소 생활법으로는 조반석죽의 원칙을 지켜 위장장애가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는 습에 의해서 비위기능이 약해져서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내에 습이 쌓이면 소화가 잘 안 되고 답답하며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나른해진다. 또한 자꾸 눕고 싶고 얼굴이나 손이 붓고 관절이 불편해 지기도 한다.
형상의학적으로 눈두덩이 약간 부어오른 것처럼 나와 있고 가슴이 풍만하고 배가 두둑하게 나와 있으면서 입이 발달한 양명형은 춘곤증으로 시달리기 쉽다.
그리고 검은 콩과 검은 깨, 돼지고기 등을 자주 섭취하여 신장기능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 신장은 추운 겨울 동안 인체의 건강을 위해 부지런히 일한 장기이므로 봄철이 되면 많이 지쳐 있기 때문에 보충해 주어야 한다.
봄에는 자연만물이 솟아오르는 기운이 많은 계절이다. 그런데 사람은 오히려 봄기운에 상응하지 못해서 나른해지기 쉬운 계절이다. 이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날씨가 따뜻해지면 그만큼 체내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각종 영양소가 소모되기 마련이다. 특히 봄철에는 비타민이 3배에서 10배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체온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이때 피부쪽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허열이 나고 내장기능이 약해져서 입맛도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봄철에는 무엇보다도 입맛을 돋워 체내 신진대사를 촉진해주고 허열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봄나물은 약간 쓴맛을 내는데 화와 열을 내려주고 습을 제거해주고 입맛을 돋궈주는 효과가 있다.
봄나물로 건강 다스려
봄철 음식보약으로 돈나물을 권할만 하다. 돈나물은 석상채, 불갑초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는 칼슘과 비타민 C,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새콤달콤한 돈나물 초무침이나 시큼하면서 시원한 돈나물 물김치는 봄기운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봄의 전령사다.
한의학에서 돈나물 말린 것은 경천초 또는 석지갑이라 해서 해열과 해독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보았다. 돈나물 생즙은 간경변에도 효과적이고 피로를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생즙을 찧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부기도 가라 앉는 효과가 있다. 또한 피를 맑게 하고 살균과 소염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감염으로 인한 종양이나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를 때에도 생잎을 찧어 바르면 화농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돈나물이 간염,간경화증에 효과가 있고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간암치료제로도 이용된다.
또 봄철에 권할 수 있는 것이 달래다. 산에서 나는 마늘이라 하여 마늘과 영양이나 효능이 비슷해서 강장 작용에도 좋은 식품이다. 한의학에서 적과(암이나 종양을 의미)와 혈과(부인과 질환의 어혈 덩어리나 암, 종양을 의미)를 다스리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무기질과 비타민 A,B,C가 풍부하며 특히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알카리성 식품이다. 비타민 A 부족에서 오는 저항력 약화나 비타민 B 1,2 부족에서 오는 입술의 터짐 증상이나 비타민 C 부족에서 생기는 잇몸 부종 등을 예방해주고 피부 노화방지와 저항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준다.
자궁 약하면 달래 좋아
달래는 또한, 잠을 잘 오게 하고 정력을 증진시키는 나물이다. 또한 장염과 위염 등에도 효험이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또 생리불순이나 자궁이상 등으로 출혈 증세가 있는 여성의 경우에도 좋다. 피부 탄력을 유지해주고 빈혈을 없애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형상의학적으로 여성들 중에 입술이 자주 트거나 마르는 사람, 머릿결이 거칠고 푸석푸석한 사람이나 손발이 유난히 찬 사람, 입술 모양이 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진 사람 등은 선천적으로 자궁이 약하거나 혈이 부족한 체질이므로 생리불순이나 자궁출혈로 고생하기 쉽다. 이런 유형에 복용해주면 좋다. 달래를 무쳐 먹을 때는 되도록 식초를 넣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비타민 C가 파괴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쓴맛을 내는 대표식품인 씀바귀를 들 수 있다.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효가 뛰어나다. ‘동의보감’에 보면 오자의 독소와 미열로 인한 한기를 풀어주며 장기의 기능을 강화시켜준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해주며 부스럼 등 피부병에도 좋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배뇨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기침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한 대학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씀바귀 추출물이 토코페롤에 비해 항산화 효과가 14배, 항박테리아 효과가 5배, 콜레스테롤 억제효과가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항스트레스작용이나 항암, 항알레르기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김 박사는 “기력이 떨어지는 요즘, 식탁에 씀바귀 나물 한 접시를 올려서 봄철의 나른함을 추월해보자”며 봄나물 건강법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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