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특검해라"
두산은 한중을 공짜로
먹었네
한중 인수 후 인원감축·합병·부동산
매각으로 인수자금 뽑고 남는 장사
두산중공업 배달호 씨 분신 사건이 발생한 뒤, 그간 잠잠하던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인수를 둘러싼 특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 특별감사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두산의 한중
인수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인 여러 행위에 대한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계열사까지 쳐서 총자산이 5조원이
넘는 회사를 거의 단독 입찰하다시피 해 단 돈 3,057억원에 인수한 후 “자르고 팔아” 벌써 인수자금을 다 뽑는 실력을 과시하며 “날로
먹어치웠다”는 비난이다.
한중 인수 둘러싼 의혹
두산의 한중 인수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본지 154호를 통해서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한중이 정부 공기업 중에서 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만큼 알짜배기 기업이었던데 반해 두산은 1995년 이후 3년 연속 엄청난 적자를 기록해
온 기업이었다는 점, 소비재 산업에 주력하며 중간재 산업 경영 경험이 없었다는 점, 엄청난 매력이 있는 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효성, 대림 등
타 기업들이 입찰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겉으로 보이는 의혹 부분이다. 이 경매에는 결국 두산과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말을 듣는 스페코 단
두 사업자만 입찰했다. 정부는 당시 입찰조건으로 ‘사업자의 부채비율이 200% 이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으나 스페코는 그 조건에 부합되지 않았다.
두산의 단독 입찰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정된 주인에게 돌아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기업의 생사권을 쥐고 있는 금감위와 재경부, 그리고 배후 권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두산 박용곤 명예회장과
금감원 이근영 위원장 및 재경부 진념 장관의 오랜 인연에 의한 ‘특혜설’, 대통령 아들의 ‘입김설’ 등이 확인되지 않은 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이 알토란 기업을 푼돈에 취득했지만, 의심이 가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공개되거나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경매였으니 그런 의혹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황태자’ 박지원이 구조조정 도맡아
노조와 노동계에서 새삼스럽게 지금 이 문제가 다시 터져 나오는 것은 노동자들이 내뱉듯 던지는 “한중시절이 그립다”는
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두산이 한중을 인수한 후 친노동 정책을 썼거나, 회사발전을 위한 경영을 했다면 그런 소리가 나왔을 리 없다.
2000년 12월12일 두산은 산업은행과 한국전력의 지분 중에서 각각 18.7%와 17.3%를 매수해 36%의 지분으로 두산중공업 최대주주가
됐다. 두산이 인수자로 최종 확정된 후, 한중노조는 “진정으로 회사를 발전시키기 위해 들어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두산의 인수목적에 의문을
표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산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며 1,124명의 노동자를 한꺼번에 해고하고, 경영 노하우가 전혀 없는 11명의 인수팀을 요직에
배치했다. 인수팀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15년 근속포상자에 포함되는 특별한 대우를 받아 “너무 친정을 챙기려 한다”는 비난을 샀다.
인수팀장은 당시 36세 밖에 안 된 박지원 기조실장이었다. 그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박용성 회장의 조카가 된다. 박씨는 현재 두산중공업
전무이사 겸 변화관리팀장으로 재직중이다.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에게 변화관리팀은 비밀경찰 “게슈타포”로 통한다. 끊임없이 노동자를 감시하고 구조조정의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노동자 대다수는 박씨가 실세라는 의견이었다.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한 노동자는 이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박씨가 “두산백과사전과 주류 담당 이사를 역임한 ‘황태자’로 중공업 경영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면서
“그런 그에 의해서 회사가 좌우된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극히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인수자금
이상을 회수해 갔다?
두산은 덩치를 줄인다며 사업을 통합하고 건물과 토지를 하나씩 매각해 나갔다. 노조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다. 두산이 3,057억원을 지불하고 한중을 인수해 경영권자가 된 후, 인수자금 이상을 회수해 갔다는 것이다.
2001년말 강남사옥을 외국계 생명보험회사인 푸르덴셜생명에 매각한 것만 해도 1,070억원이나 된다. 이 건물은 한중 시절인 1998년 12월
동부건설로부터 970억원에 사들였던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이 건물을 매각한 이유는 무수익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이었다. 2002년
3월 준공된 논현동 신사옥도 임대를 줬다. 임대료는 대략 2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마저도 모자라 1,061가구 800억원에 이르는
사택도 매각하려 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던 더 큰 거래도 있었다. 2001년 12월 중공업 자회사인 한중DCM(중공업은 한중DCM의 9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이 무려 3,000억원 가량을 지불하고 두산기계를 사들인 것. 한중DCM은 건물과 토지, 영업권에 무려 2,964억원이나 지불했다. 당시
두 가지가 문제로 지적됐다. 하나는 한중DCM과 두산기계의 주력사업이 전혀 다르다는 점. 한중DCM은 기름탱크나 선박외부 등 대형 제품을 생산하고,
두산기계는 공작기계와 보일러 등 소형 제품을 생산했다. 두 사업체가 합병을 한다고 해도 그다지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는 부분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두산기계를 한중 인수자금과 비슷한 수준의 돈을 지불하고
합병을 했다는 것이다. 중공업 사업의 돈을 모기업인 (주)두산으로 빼돌렸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편, 공작기계사업은 당시
국가에 의해 구조조정이 계획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두산기계가 헐값으로 떨어지기 전에 두산측이 한중에 떠넘기는 형태로 자금을 뺐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두산은 2001년 12월과 2002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두산메카텍에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도무지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워 당시에는
이를 두고 “묻지마 투자”라는 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두산메카텍과 관련해 중공업에서 두산으로 넘어간 금액은 전체적으로 3,800억원 가량 된다는
계산이다.
대단한 장사 수완?
두산은 한국중공업을 인수함으로써 인수한 자금보다 더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공업 분야의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술개발준비금, 해외사업손실준비금 등을 2000년에 비해 인수한 해인 2001년에는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기술개발이나 해외수주에 대한 두산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두산은 2001년 12월7일부로 한국전력이 보유했던 나머지 주식을 1,200억원에 매수해 51%의 두산중공업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
또한 두산중공업의 자금으로 매수한 것이었다. 결국, 두산은 중공업에 관해서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게 됐다. 실로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장사 수완이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